“한전에 주민 갈등 부추기는 매뉴얼 있다”

더민주·송전탑 피해 주민들, 조사보고·증언대회 열어

  • 입력 2017.03.24 13:59
  • 수정 2017.03.26 14:1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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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김경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명은 지난 23일 송전탑 피해주민들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밀양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 실태’ 보고서 발간 및 주민증언대회를 열었다.

한국전력의 고압 송전탑 건설이 농촌 마을공동체를 파괴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조사 보고와 피해증언을 공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전이 마을 주민들 사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내용이 모든 피해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경수 의원 등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명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위원회·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와 공동으로 ‘밀양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 실태’ 보고서 발간 및 주민증언대회를 열었다.

김 의원의 연구 용역 의뢰를 받아 올해 초 두 달 동안 밀양시 송전탑 건설 지역에서 마을공동체 파괴 실태를 조사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영희 교수는 “사업주체인 한전은 주민들을 설명과 설득, 협의의 대상이 아닌 합의서에 도장을 받을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한전은 의도적인 보상금 차등 지급 등으로 마을 내 갈등을 유발시켰다”며 “자본과 공적 권력을 동원해 일종의 매뉴얼을 정해놓은 듯한 합의 과정이 이뤄졌다”고 고발했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과 마을 공동체와 같은 돈 몇푼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들이 자본의 힘에 무너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최재홍 변호사는 이와 같은 갈등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 제언으로 가칭 ‘공공정책 및 공공사업 갈등 조정 지원법’ 제정을 주장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갈등의 해결과정에서는 사업을 중단하며 조사권 및 조정절차 위반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포함돼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피해주민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군산 새만금 송전탑대책위원회 김덕중 총무는 “땅값이 5,000만원 넘게 떨어졌는데도 보상은 턱 없이 적어 많아야 2,000만원 수준이고 심지어 송전선에서 13m 이상 떨어져 있으면 보상금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또 “마을간, 주민 간에도 보상금의 차등을 둬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도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이은주 위원은 “당시 한전은 청도 경찰서장까지 내세워 할매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면서 “이를 고발하자 우리가 청도 경찰서장 옷을 벗겼다며 비난이 쏟아졌다. 제 무덤을 판 거지 우리가 잘못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찬성측 주민들이 한전의 지원으로 마을 복지회관을 새로 지으면서 얼마 남지 않은 반대 할매들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기존 경로회관을 폐쇄해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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