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살아야 마을도 살아난다”

제주도, 행정시·마을 협력해 ‘작은 학교’ 살리기
공동주택·빈집 정비 사업으로 5년 새 재학생 432명 증가

  • 입력 2017.03.24 13:52
  • 수정 2017.03.24 13:5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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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김녕초등학교 동복분교 재학생 가정을 위한 공동주택 단지. 올해 초 완공 돼 지난 2월 말까지 4개동 29세대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주했다.

작년 학생 수가 15명에 불과해 제주도 내 재학생 수가 가장 적었던 김녕초등학교 동복분교.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위치한 이 교정은 올해 들어 재학생이 4배 가까이 늘어나 도내 일부 초등학교 본교보다도 학생 수가 많아지게 됐다. 마을과 학교를 살리고자 했던 주민들의 노력과 제주도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제주도는 지난 2011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소규모학교 소재 통학구역마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작은 학교’를 살리려는 마을들을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외지에서 이주 후 생활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을 건설하거나 마을 내 빈집을 정비하겠다고 신청하면 제주도 제주·서귀포 양 행정시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동주택 건설은 최대 6억원 한도 내 비용의 60%를, 빈집 정비는 1억원 한도 내 채당 1,000만원을 지원한다. 양 행정시는 지난 5년 간 약 48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제주도 41개 마을이 자부담한 총 금액은 66억원이 넘는다. 해당 사업의 수혜를 입은 작은 학교들의 재학생 수는 같은 기간 432명이 늘었다.

동복리는 동복분교를 살리기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올해 초 완공된 동복리 공동주택에 입주한 각 세대가 마을에 임대료로 내는 금액은 매달 5만원에 불과하다. 동복리 정동면 이장은 “외지 사람들이 주로 입주 신청을 했는데 4:1의 경쟁을 뚫어야 들어올 수 있었다”며 “마을에서는 폐교를 막는데 목적을 뒀다. 학교가 살아나고 젊은 사람들이 오니 벌써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고 만족을 표했다. 동복리는 늘어난 학생들을 위해 학교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 역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지 한달이 되어가는 학부모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동복분교 학부모 김소정·박순애씨는 “아이가 학생 수가 많은 교실에서 치여 공부하는 것도, 획일화 된 사교육 환경에서 자라는 것도 싫었다”며 “마음껏 뛰놀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작은 학교로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이주 배경을 밝혔다. 또 생활비 감소가 자연스레 노동의 부담을 줄여줘 부모로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더 신경 쓸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몸이 약한 둘째 아이를 위해 서울에서 이주한 구영희씨도 “아프고 성장이 더딘 아이가 경쟁 사회에 들어서기 전에 작은 학교에서 시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며 “매일 학교에 가고 싶다 말하고, 학교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친구들과 늘 어울리니 얼굴이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분교 수준의 학생 수를 벗어난 만큼 다른 초등학교 본교 수준의 지원과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보였다.

동복분교장 부용호 부장교사는 작은학교 살리기가 마을을 살리는데도 큰 역할을 하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생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학급 당 인원이 20명이 넘어가는 환경에서는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세심한 지도를 하기 힘들다”며 “이곳에서는 학생마다 개별적으로 성장 방향을 알려주고 또 관찰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내 규모가 큰 초등학교에서도 근무했었던 그는 “만약 내 아이가 한 교실에서 20~30명의 학생과 같이 지도 받는다면 전학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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