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아이들, 국가가 나서 보호하라

‘학교총량제’ 들어 통폐합 요구하는 교육부
시도교육청들은 ‘반기’ … 자체 대안 찾아 성과 내기도

  • 입력 2017.03.24 13:50
  • 수정 2017.03.24 13:5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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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015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촌지역에서 중학교를 30분 이상 차로 통학해야하는 마을은 약 1,600곳으로, 5년 전 같은 조사의 결과보다 600곳이나 늘어났다. 자신의 생활권에서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재정 문제와 교육환경 개선을 이유로 초·중·고교의 총 수를 제한하는 소위 ‘학교총량제’를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신도시 건설 등에 따른 학교 신설 수요는 꾸준한 가운데, 교육부는 지자체와 도교육청이 이들 신규 개발 지역 내 학교 건립을 희망하는 경우 구도심이나 농어촌 등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의 학교들을 모아 통폐합할 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통폐합이 선행되지 않는 학교 신설을 막는 이유로 재정 절감을 들고 있지만, 통폐합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교육학자들의 분석이 이미 나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2010년 공개한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효과 분석’에 따르면 2006년부터 5년간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얻은 총 수익은 들어간 비용의 1.1배에 불과하다. 이는 통폐합 장려 명목으로 학교 측에 지불하는 정부 인센티브(100억원 내외)를 포함한 수치다.

또한 이 손익 계산은 교육부와 지방교육청, 즉 교육 주체의 비용 및 수익만을 기준으로 했다. 다시 말해 통폐합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통학 비용 등 개별 가정의 지출을 더하면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또 다른 이유로 교육환경 개선을 꼽지만 정작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교육환경에 대해 대체로 만족을 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전북도교육청이 13개 농산어촌 작은학교 학부모 5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가 소규모 농촌학교에 다니는 것을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초등학생 학부모는 75.2%, 중학생 학부모 61%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일선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교육청들도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다수가 학교 통폐합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교육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자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제주도교육청은 5년 전부터 거주구역을 정비하는 마을에 예산을 지원해 외지 학부모들을 끌어들였고,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작은 학교를 공동통학구로 설정해 농촌 지역 학생 수를 늘렸다. 서울시교육청도 올해 학생 수가 줄어든 초등학교들을 통폐합하지 않고 ‘서울형 작은학교’로 탈바꿈시키는 선택을 했다.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를 보면 학교총량제 고수는 설득력이 더욱 떨어진다. ‘2016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31.6명으로 OECD 평균 23.1명보다 8명이나 많았다. 초등학교 역시 아직도 OECD 평균 21.1명보다 두명 가량 많다. 더 내려갈 지점조차 없는 출산율이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학령인구는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교실을 선진국 수준으로 채우는데 부족한 점이 없을 전망이다. 교육환경 개선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신규 설립 수요를 받아들여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볼 수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월 총회에서 학교총량제 폐지를 교육부 요구 안건으로 채택했다. 시도교육청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학교총량제’ 지침을 필두로 한 교육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작은 학교들은 항상 폐교의 위협에 노출돼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농어촌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추구할 농어촌 교육발전 특별법의 제정이 필수적이나 관련 법안은 제안자만 계속 바뀌며 10년 가까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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