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가능성 희박하지만, 목표 세운 건 긍정적”

농협 농가소득 목표에 대한 전문가 진단

  • 입력 2017.03.17 11:41
  • 수정 2017.03.17 11:4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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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에선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 농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에 의하면 명목 농가소득이 2013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더 긴 추세로 보면 2005년 3,000만원을 넘은 후 2012년까지 답보 상태를 걸어왔다.

유 부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최근 몇 년간의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농외소득 증가분이 감소하고 있고, 경기침체를 고려하면 앞으로 몇 년간 크게 증가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전소득이 지속적으로 늘어야 농가소득이 증가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3년 후 농가소득을 1,000만원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다소 어렵다는 게 유 부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도 “농가소득의 연평균 성장률의 진폭이 큰 상황에서 2020년까지 안정적으로 3.1%씩 성장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실현가능성에 무리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경태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총무는 “3조6,000억원의 농협 기여액을 달성해도 농가에서 실제 소득이 증가하는 건 별개라 비현실적인 계산”이라며 “농가 양극화로 빈부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소득구간별 대책이 필요한데 이걸 통으로 평균을 구하는 건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편으로 농협이 농가소득 향상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에 대한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장 소장은 “5,000만원 달성 여부를 떠나 어쨌든 농협에서 농가소득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중요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며 “농가소득 달성 목표에서 절반의 책임을 정부에 요구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유 부연구위원은 “4년이라는 한정된 기한 내에 그 성과가 나타날지는 확신을 갖기 어렵지만 농협이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소정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함께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목표와 그 세부계획이 필요하다는데 목소리를 모았다.

장 소장은 “의지를 실현할 구체적 방안을 채워 넣어야 한다”며 “농가소득의 핵심인 품목별연합회로의 전환과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무는 “무책임한 목표보다는 실효성 있는 부분에 집중한 현실적 목표를 세워 농정과 보조를 맞춰 일관된 정책이 나와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연구위원은 “재원 확보에 있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은 경쟁력 강화를 통한 소득 확대나 이전소득 증대 등인데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연구위원은 이어 “또한 농업생산성 향상과 농가 수취가격 향상이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목표인지 의문”이라며 “농업생산성이 향상되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생산량과 출하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수취가격(또는 시장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농가수취 가격을 올리고자 한다면 직불금 등의 형태로 소득을 보전하거나, 그 이상으로 수요량을 늘려야 하는데 두 방식 모두 가능한지, 그리고 적절한 공공 부문 개입인지 등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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