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배면적 3만5천ha 감축, 예산 없어 ‘지지부진’

작물전환 유도 떠맡은 지자체들 … 대책마련 고심

  • 입력 2017.03.17 11:08
  • 수정 2017.03.17 11:0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부가 쌀값 폭락 대비책의 일환으로 올해 쌀 재배면적을 대폭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5월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진행상황은 지지부진하다. ‘할당량’을 받은 지자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거나, 자체 예산을 쓰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13일 ‘쌀 적정생산 추진단’ 발대식을 열며 올해 쌀 재배면적을 3만5,000ha(전체의 약 4.5%) 줄이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핵심은 쌀 농가의 작물전환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유도할 관련 예산 900억원은 작년 말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회 예산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사실상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스스로 없앤 상태였다. 현실성 없는 정부 대책에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이 지경에도 쌀 수입을 막을 생각은 안하는 거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예산도 없이 감축면적만 배정받은 각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애초 농민들이 쌀 생산 축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마당에 아무 지원도 없이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 예산이 책정되지 못한 전북 고창군의 한 관계자는 “고령농민이 많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농촌 현실 속에서 관행 쌀농사를 그만 두고 밭작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 군의 경우 논에 비닐하우스 설치를 원하는 농가에 한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자구책을 설명했다.

전남 해남군 역시 하우스 설치비용 지원 외엔 전남도에서 지원되는 6,000만원이 예산의 전부다. 해남군 관계자는 “올해 감축 목표 면적이 435ha인데 현재 작물전환 신청면적은 38ha 정도다”라며“농가들을 대상으로 타작물 재배를 권유하고 있으나 농가수입 문제로 반응은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연간 약 11만톤의 쌀을 생산하는 충남 당진시 역시 올해 800여ha를 줄여야하지만 거의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당진시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없다”며 “(경쟁력 향상을 위해)대신 삼광벼 재배를 유도하는 정도의 정책만 시행 중이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체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지자체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충남·전북·전남의 쌀 주산지들 못지않은 재배면적을 가진 경북 상주시의 경우 올해 쌀 농가가 작물전환을 신청하면 ha당 300만원을 지원한다. 36ha 감축에 그친 작년과 달리 올해는 현재까지 작물전환을 통해 감축해야하는 269ha 중 100여ha를 감축했다. 상주시 관계자는 “그나마도 시에서 예산을 책정한 면적은 150ha까지”라며 “물론 이를 초과하면 추가 예산 편성이 논의되겠지만, 현실적으로 목표량 달성은 힘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