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5년, 이제는 반성의 시간

  • 입력 2017.03.10 09:4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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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미국 무역대표부 보고서에 의하면 한-미 FTA로 인해 미국산 농축산물의 한국 수출이 약 31%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만큼 우리 농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유럽연합(EU)·중국·호주·캐나다 등 농산물 수출강국들과 맺은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 농업과 농민을 벼랑 아래로 밀어버렸다.

한-미 FTA 5년을 맞아 한미 양국의 기득권 세력은 상호간 무역증대로 윈-윈(win-win) 협정이었다며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한국의 재벌과 수출 대기업, 미국의 금융자본과 초국적 기업은 서로 이익이 되었겠지만 한국의 농민은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렸고 미국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하면서 제시했던 장밋빛 전망은 이미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국민경제의 순환과 균형은 파괴되어 버렸고, 오로지 수출과 무역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국민 대부분이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 빈곤화, 실업, 비정규직, 영세상인 등의 문제는 사상 최악의 상태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반성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 일반의 삶의 질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무역증대 효과를 자랑하는 낡은 행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만약 한-미 FTA를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더욱 나빠졌을 것이라는 궤변도 입에 담고 있다. 자회자찬과 억지 변명만 울려 퍼지는 이 사회의 자화상이다.

트럼프행정부의 출범은 기존 FTA에 대한 미국식 반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백인 중산층의 반란이 트럼프시대를 낳았다고 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유럽 각국의 선거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우파의 득세도 그 사회 나름의 반성이 투영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보호무역이나 신고립주의의 득세로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그것의 본질은 미국 우선주의, 자국 우선주의에 있다.

이러한 흐름들에 비하면 우리 사회는 퇴행적이든, 진보적이든 반성 자체가 결여된 채 여전히 수출과 개방 그리고 FTA 등과 같은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 사회도 반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반성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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