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된 산란계 34%, 수입산으로 채울건가

정부 계란 수입 조치에 산란계 관계자들 우려 … “수요예측 시급”

  • 입력 2017.03.05 01:05
  • 수정 2017.03.05 01:1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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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상 초유의 대규모 미국산 계란 수입은 가뜩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시름 가득한 산란계 농가들에 또 다른 시름을 안겨줬다.

지난 1월 12일부터 수입한 미국산 계란의 개수는 총 1,380만개이다. 수입하기로 한 계란은 각각 가공용 70,747톤, 시중유통용 27,853톤이다. 가공용의 경우 제빵·제과용 40%, 기타가공(성형가공, 수산가공, 마요네즈 등) 60%이며, 시중유통용 계란의 경우 신선란 68%, 전란냉동 20%, 훈제·구이란 12%로 할당됐다.

정부는 수입 과정에서 계란에 매겨지던 기존 27%의 관세율까지 0%로 깎으며 수입정책을 강화했고, 심지어 신선 계란을 수입하는 선박에 대해선 4월까지 해상 운송비를 최대 50%까지 지원하고, 1톤당 9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연장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또한 수입한 알가공품의 해외작업장 등록은 작업장 등록신청서만으로 우선 등록 처리하고, 사후에 현지실사하는 식으로 등록절차를 간소화했다.

지난 1월 11일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 매장에 게시된 계란공급제한 안내문. 한승호 기자

한편으로 정부는 미국산 계란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으로부터 식용란 수입을 진행 중이다. 기존엔 스페인으로부터도 수입했으나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AI로 홍역을 치르고 있어 제외됐다. 알가공품의 경우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나라들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입한 1,380만 개의 계란 중 지난 1일 기준 약 50만개의 재고가 아직 남은 상황이다. 정부 측은 미국산 계란 수입으로 AI 이후 치솟던 계란 가격을 안정화시켰다고 자평한다. 또한 계란 가격 안정화를 위한 방안이 계란 수입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산란계 산업 종사자들은 수입을 통한 가격 균형 정책이 불가피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미국산 계란 수입이 장기간 국산 계란 자급을 어렵게 만들지 않을지 걱정한다. 이번 AI 사태로 산란계의 33.9%(약 2,370만 마리)가 살처분됐는데, 그로 인해 부족해진 계란 공급을 그대로 수입 계란으로 채운 꼴이다. 계란 뿐 아니라 살처분된 33.9%의 산란계도 그대로 수입산으로 채우지 않을지 노심초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입을 확대하기보단 먼저 수요예측을 명확히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설 명절 이후 30% 이상의 산란계가 없어졌음에도 수급엔 조금 모자라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맞춰가고 있다. 그만큼 AI 이후 소비량이 감소했는데, 그럼에도 11월 AI 발생 이전의 가공란, 신선란 수급 수준에 맞춰 수입을 계속 하면 우리 농가들 입장에선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김종준 사무국장은 “계란자조금 기금을 통해 수급 안정책을 펼치려 해도, 이번 AI 사태의 경우 수급자금으로 수십억 원은 투입해야 하는데 자조금을 거기 모두 투입하긴 힘든 상황이다(계란 의무자조금은 올해 사업예산으로 당초 37억5,300만원이 책정됐는데, AI로 인해 산란계 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75% 수준으로 사업예산을 축소할 예정이다). 자조금으론 농가 홍보를 통한 소비량 진작용으로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농민들 입장에선 더 이상의 수입은 멈추고, 정확한 소비자 수요를 예측해 수급조절을 하는 것부터가 순서”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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