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쌀정책 제대로 하는 정부 세워야

  • 입력 2017.03.04 13:07
  • 수정 2017.03.04 22:17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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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선언 촛불시민혁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탄핵인용-조기대선 여부가 3월 10일경 결판난다고 한다. 이에 후보들과 각 당의 움직임도 가파르고, 매주말 촛불집회도 전국을 달아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 우리 농촌은 구제역과 쌀값 폭락에 신음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최근 발표된 정부 대책이 현장 농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9일에는 무려 3만5,000ha의 쌀 생산면적을 줄이는 대책을 발표했고 10일에는 농협을 동원해 농민에게 벼 수매가 환수와 변동직불금 감축계획도 제시, 13일에는 ‘쌀 적정생산 추진단’까지 발족시켰다. 감축 예정 규모는 2016년 벼 재배면적 77만8,734ha의 4.5%에 이른다. 여의도(2.9㎢)의 120배에 달한다. 벼 면적은 이미 지난해도 지지난해 79만9,344ha보다 2.6% 감소했다. 시설공사, 건물건축, 공공시설 증가 등에다 타 작물 전환을 권장하는 정부정책 탓이다. 물론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30년만에 절반(1986년 127.7kg→2016년 61.9kg)으로 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약을 주진 못할망정 농민 죽이기-생산기반 포기 조치에 나서 현장 농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더욱이 각 당 대선주자들이 한 줄 논평도 없다. 그만큼 우리 농민·농업이 천덕꾸러기가 된 것인가? 재배면적을 줄여 타 작물을 심으면 그 작물은 어떻게 되는가? 그도 과잉생산→가격하락의 풍선효과 피해작물이 되지 않겠는가. 그동안 숱한 전작(轉作)대책들이 말해준다.

아동·청소년·대학생·젊은 직장인의 식품소비패턴이 밀가루음식에 패스트푸드화하고 아침 결식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은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이며,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공적 조달체계를 갖추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보육시설을 포함한 학교급식, 사회복지공공급식, 대학생급식, 군인급식, 공공기관급식 등에 맛있고 안전한 쌀 소비를 늘이는 것만으로도 갈수록 줄어드는 논 면적을 건드리지 않고 수급을 맞춰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화학농법 위주에 미질이 떨어지고 밥맛이 문제시되는 품종으로는 대책이 없다. 무엇보다 하루빨리 화학농법 다수확 품종을 유기농법 고품질 품종으로 대체하는 ‘논농사 100% 유기농업화’ 5개년 계획을 올해부터 단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기간 동안 줄어드는 생산량만큼의 농가소득 보전제도, 농사짓는 농민이라면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 직불제, 여기에 추가로 (유기농법 의무준수를 전제로 한)유기농업 직불금 영구 지급, 그리고 생산 전량에 대한 공공조달용 수매 및 급식용 현물공급체계를 구축한다. 그래서 우선 보육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급식부터 모든 밥쌀용 쌀을 5년내 100% 유기농 쌀로 대체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 건강도 지키고 농민도 지키고 민족의 생명줄인 쌀농사도 지킬 수 있다. 가계부채에 교육비·주거비·의료비 등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 국민이라면 제 자식·손주에게 최고의 밥을 먹이겠다는 정부를, 그리고 그렇게 정성을 다한 쌀을 공급하겠다는 농부를 탓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농민을 행복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대책이다.

제대로 된 쌀 정책은 어찌 남한만의 일이겠는가. 세계적 기후변화·식량위기의 시대에 한반도 전체를 생각하는 농정이라야 한다. 7,000만 겨레를 위해서 적정한 농지규모(현재 쌀 재배면적 78만ha)를 더 이상 줄이지 않는 농정이라야 한다. 현재 재고쌀의 긴급 대북 지원과 매년 연간 50만톤씩 지원, 그리고 해외원조 대폭 확대는 필수과제다. 특히 최근 그나마 식량사정이 낳아졌다지만, 논 면적이 부족하여 연간 50만~100만톤의 쌀이 절대 필요한 북한과 상호 식량교류 및 공동식량계획을 세워 한반도 먹거리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상호 내부문제도 해소하고 상호 적대도 청산하며 공동번영의 평화정세 조성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길이다.

가뜩이나 전면수입개방으로 밀려드는 수입농산물·수입가공식품 탓에 우리 농식품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국내 품종간·품목간·지역간 출혈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매년 과잉생산·가격폭락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제 농민에게도 희망을 주고, 소비자 국민에게도 희망을 줘야 한다.

쌀 정책부터 제대로 실행하는 새 정부를 세우는 것은 촛불시민혁명의 필수과제이며, 새 정부의 제대로 된 쌀 정책을 통해 농민이 행복하고 국민이 행복하며 남북이 공생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세워나가는 것은 촛불시민혁명의 지상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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