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어업회의소 법 제정 중단해야

  • 입력 2017.03.04 13:0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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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에서 시작된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가 법 제정 단계에 와 있다. 농어업회의소법이 지난달 22일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통과해 순풍을 타는 듯했으나 23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보류돼 제동이 걸렸다. 농어업회의소가 관변화 될 것이라는 것과 기존 농민단체와의 갈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농업회의소 건설 논의는 20년 전 김대중 정권 초기에 시작됐다. 그 당시 정부는 농업회의소 건립을 위한 예산까지 세워 추진했으나 농민단체의 동의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 이미 농업회의소에 대한 검토는 20년 전 끝이 났고 결론이 난 상황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서 다시 논의가 시작되더니 일부 지역에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그 당시에도 우리는 농업회의소가 결국 관변농민단체의 출연임을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농어업회의소가 만들어지면 결국 정부 또는 지자체의 지원에 의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시범사업 지정 지역 이외에 자생적으로 건설된 농어업회의소는 단 한곳도 없다. 이는 농어업회의소가 관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농어업회의소 법 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 역시 정부(중앙 또는 지방)의 예산지원이 없어서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어업회의소는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예산은 통제의 수단이 된다는 것은 지금 일부 농민단체에서 목도되고 있지 않은가.

농어업회의소가 없어서 협치가 불가했던 것이 아니다. 정부는 민간과 협력할 자세가 돼 있지 않다. 민간을 동원과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협치는 불가능하다. 작금에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바로 우리 정부의 현주소이다. 이는 어느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농민단체의 문제도 심각하다. 조직운영의 민주성도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농민들을 대변하기 보다는 대표자들의 개인적 입장이 앞선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정한 협치를 위해서는 정부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농민단체를 정책 수행의 앞잡이로 이용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하고, 농민단체 또한 몇몇 대표자들의 입신의 도구가 아닌 농민들을 대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미 농민단체는 차고 넘친다. 관변농민단체를 하나 더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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