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영석 강원대 교수·(사)세계평화감자식량재단 이사장

“식량주권, GMO로는 지킬 수 없다”

  • 입력 2017.02.26 21:37
  • 수정 2017.02.26 21:5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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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우수한 감자품종 개발에 연이어 성공해 ‘감자박사’로 불리는 임영석 교수. GMO 옹호론자이기도 했던 그가 돌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반GMO 운동을 하는 활동가로 탈바꿈했다. 지난 21일 강원대학교 의생명공학대학을 찾아가 GMO 범람을 걱정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작년 봄부터였으니까, 반GMO로 입장을 바꾼 게 1년도 안됐다.

지난 25년 동안 감자에 매진한 것은 내 연구를 통해 누구나 식량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GMO를 연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것으로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한 때 최고의 GMO전문가라고 자부했던 내가 이렇게 변한 건 작년 봄 제주에서의 한 포럼에서 <한국의 GMO재앙을 보고 통곡하다>의 저자, 재미교포 오로지 돌세네 선생의 강연을 듣고 나서였다. 선생의 강연이 끝나고 그분을 붙잡고 얘기했다. “나 GMO 연구하는 사람인데, 말씀하신 것들 도저히 믿지 못하겠소.”

그가 모은 방대한 자료 하나하나를 분석한 끝에, 결국 외국 농업자본의 GMO는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나쁜 과학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걸 몰랐을 때는 나도 죄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알아버린 이상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죄가 아니겠는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실상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연구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지금에 이르렀다. 덕분에 그간 열심히 활동했던 학회에서는 징계까지 받았다.

 

왜 나쁜 과학인가?

글리포세이트(GMO용 제초제의 주성분)의 유해성은 이미 검증됐다. 대표적으로 장 내 유익한 박테리아를 죽인다는 사실은 항생제로 2010년에 특허를 받은 것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소와 닭 등 가축을 대상으로는 이미 유럽 연구진들에 의한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GMO 도입 초기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잡초들의 저항력은 매우 향상됐다. 글리포세이트는 더 많이 뿌려지게 되고, 그만큼 작물이 흡수하는 독성의 양은 증가한다. 글리포세이트만으로 제초가 이뤄지지 않으니 몬산토는 또 다른 독성물질을 더했다. 계속 반복될 일이다.

또 그들이 주입했다는 제초제저항성 유전자는 자라난 콩 속에서 확인해봤더니 원형을 잃고 정체불명의 모습이 됐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본인들도 모른다.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을 먹는 것이다.

 

GMO가 안전하다는 기업들의 홍보는 믿을 수 없는 것인가.

당연한 일이지만 GMO를 들여오는 외국기업들은 (안전성에 관한) 자신들의 연구 결과만을 보여주지, 우리나라 연구기관에 용역을 줘서 검증해보라고 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정부는 그저 손을 놓고 한쪽 말만 믿고 있다.

문제는 그 실험 결과들이 편향됐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일본의 후생성에 몬산토가 제출했던 동물실험 자료 속 쥐들은 GMO 콩을 먹고 자랐으나 그 콩은 제초제를 쓰지 않고 재배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험 기간도 어떤 것들은 겨우 2주다. 쥐 실험은 최소 3개월 이상, 보통 6개월은 실험을 하며 변화를 지켜봐야 타당한 실험이다.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조건을 최대한 맞춰놓고 실험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결국 GMO 벼 개발에 나섰는데

GMO의 도입은 우리 농업의 말살 그 자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한다. GMO를 심는 것은 곧 “그 땅을 GMO 외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번 GMO를 심으면 다시는 원래의 농법으로 농사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기업에서 파는 제초제와 그 내성종자를 계속 사야한다. 이건 몬산토의 씨앗으로 콩을 키우는 남미 일대 개발도상국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게다가 GMO의 목적이 뭔가? 곡물의 대량 생산, 그리고 그것을 위한 무자비한 제초제 살포다. 현재도 쌀값 문제가 심각한데 이런 방식으로 생산되는 쌀이 유통되기 시작하면 우리 쌀농가는 전부 망한다. 제초제의 난립은 GMO가 아닌 많은 작물들의 재배를 제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농작물의 다양성이 존중될 것이라고 보는가. 이것은 식량주권의 상실, 우리 문화의 상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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