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 농업자본, 어디까지 진출했나

  • 입력 2017.02.26 11:25
  • 수정 2017.02.26 11:2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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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카길애그리퓨리나 평택공장 15층 전망대에 들어서자 정면에 태영그레인터미널이 보인다. 국내최대규모의 양곡부두로, 평택공장과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돼 있다. 공장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사료용 옥수수를 배에 실은 뒤 2개월이 지나면 이 터미널에 도착한다. 이어 이 옥수수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평택공장에 입고된다. 사료원료 물류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위치에 평택공장이 있는 셈이다.

평택공장은 설립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카길의 본격적인 국내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주목 받았다. 평택공장의 사료생산량이 카길이 기존에 소유한 군산·정읍·김해공장 생산량과 맞먹는다. 카길이 소유한 공장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월 8만톤 사료생산이 목표이니 단일 공장에서 최대 연간 90만톤 넘게 생산할 수 있다.

국내 농업계에서 초국적 농업자본의 진출은 2가지의 부정적인 의미가 꼬리표처럼 달렸다. 하나는 자급률 하락이고 또 하나는 GMO 안전성 논란이다. 초국적 농업 자본인 몬산토와 카길은 마치 코카콜라처럼 GMO 확산을 주도하는 초국적 자본의 대명사로 불리웠다. 기실 국내에 진출한 이들의 자회사 몬산토코리아와 카길애그리퓨리나 역시 GMO와 뗄 수 없는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몬산토코리아는 자사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시한 ‘몬산토에 관한 12가지 오해’란 해명의 상당 부문을 GMO에 할애하고 있고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사료시장의 특성상 별다른 논란 없이 GMO 사료원료를 수입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선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GMO 완전표시제 도입과 농촌진흥청의 GMO작물 개발 등을 계기로 GMO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몬산토와 카길 등 초국적 농업자본에 대한 논의도 사실상 GMO에 대한 논쟁과 연계돼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초국적 농업자본의 진출, 그 자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부분은 자급률이나 GMO에 관한 내용만큼 활발한 논의가 없는 모습이다.

평택공장에 대한 카길의 투자는 국내 육류소비가 늘어나리라는 전망을 감안해도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계열사를 제외한 단일 민간업체 기준 사료생산량 1위인 카길의 의욕적인 국내진출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축산은 카길이 손을 뻗은 여러 갈래의 사업 중 하나로 곡물, 육류, 유통 등 여러 부문과 연관돼 있다. 초국적 자본은 이윤에 따라 사업방향을 카멜레온처럼 바꿔 왔다는 점은 상식 아닌가.

사료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축산업에 진출한 카길애그리퓨리나는 국내 사료업체와는 다른 방향의 계열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카길 스스로 수평계열화라 표현하는 사업시스템은 계통판매나 수직계열화에 의존해 시장점유율을 늘려온 국내사료업체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계할 점은 경계하되 본받을 점은 십분 받아들여 이런저런 기우를 기우에 그치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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