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용행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협동조합 성공하려면 교육이 제1목표 돼야”

  • 입력 2017.02.23 22:43
  • 수정 2017.02.24 14:1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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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협동조합이 성공하려면 교육이 제1목표여야 한다. 지금의 협동조합은 교육은 없어지고 수익창출로만 흐르고 있다. 한국 협동조합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형국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지난 20일 만난 현용행 제주 성산일출봉농협(농협) 조합장은 한국사회에서 협동조합이 처한 현실 진단과 함께 “협동조합이 바로 서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보탬이 될뿐더러 민주사회로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 해법으로 무엇보다 협동조합 교육을 강조했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임원을 맡고 있는 만큼 현 조합장의 얘기에선 협동조합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현 조합장은 “농산물 판매는 농협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주변 조합장에 농협에 자금과 조직이 있는데 왜 안 하냐고 쓴 소리를 하면 눈총이 쏟아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눈총만 쏟아지면 다행이지만 일부 조합장들은 농민 탓을 하기도 했다. 좋은 상품은 높은 가격으로 상인에 직접 팔고, 나쁜 상품은 농협에 내는 농민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현 조합장은 “협동조합 교육이 부족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며 “실제로 일부 젊은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 주주처럼 책임과 의무보다 권한만을 앞세우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한라봉, 레드향 신품종 교육 등 돈벌이가 되는 교육엔 강당이 북적이지만 협동조합 교육엔 휑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현 조합장은 조합원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조합장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선만 신경 쓰는 선거직 조합장이 아니라 ‘농민운동가 조합장’이라는 얘길 들을 수 있는 조합장이 돼야 농협이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 판매를 열심히 한 조합장의 재선이 기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부분의 농협 조합장이 당선 이후 재선에 열을 올리는 풍토가 횡행해서다.

현 조합장이 조합원과 직원, 조합장까지 협동조합 교육에 빈틈이 없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그래서다. 현 조합장은 평소 지론의 연장선 상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며 꺼내든 농협 이념교육에도 좋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직원교육에만 머물러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조합장 교육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조합장은 협동조합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면 “조합원들이 제대로 된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들이 제대로 된 조합장을 뽑을 수 있다”며 “또한 조합장이 바뀌어도 시스템적으로 문제의 요인을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 조합장은 더불어 “제대로 된 조합장이 되려면 권위보다는 실력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그가 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개서 쓸 정도로 바쁘게 지내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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