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달래 이야기

  • 입력 2017.02.19 11:17
  • 수정 2017.02.19 11:44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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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봄나물로 잘 알려진 달래는 그 향긋한 내음이 그야말로 봄의 전령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다 마지막에 달래를 넣고 살짝 덧 끓이면 그 그윽한 향 내음이 코 끝을 통해 식탁 가득 넘쳐나며 입맛을 절로 돋는 것을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또한 싱싱한 달래를 생으로 다져 간장을 넣어 만든 달래장을 무나 콩나물밥에 한 술 넣고 쓱쓱 비며 한 입 가득 넣으면, 그 순간 그 그윽한 향과 함께 입 안 가득 어우러지는 맛의 품격은 우리를 일거에 행복의 나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이런 향이 주는 안정감 때문인지 달래는 신경이 예민해져서 오는 불면증 치료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그 향긋한 내음을 통해 우리를 어릴 적 고향의 그 포근한 엄마의 품으로 안내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한의학에서 한약명으로 ‘소산(小蒜)’이라 불리는 달래는 소화 작용을 돕는 데 사용합니다. 옛날 중국의 관우, 장비가 나오는 삼국시대의 유명한 명의 화타가 길을 가다가 한 주막에서 쉬게 됐는데, 마침 주막에는 만성소화불량으로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를 본 화타는 즉시 인근 야산에서 달래를 캐서 즙을 내어, 환자에게 몇 번 먹이자 환자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달래는 불면증에도, 소화불량을 치료하는 데도, 또 동맥경화 등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좋습니다.

우리 농부님들 이제 봄철을 맞아 농사일로 많이 움직이셔야만 할 때가 돌아왔습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바삐 움직이다 보면 몸이 미처 적응하지 못해 낮에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춘곤증에는 봄나물처럼 좋은 보약이 따로 없습니다. 달래나 냉이 시금치 등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되고 된장국으로 드셔도 좋습니다.

달래에는 비타민과 철분 칼륨 등 좋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성분이라 하면 알싸한 맛을 내는 알리신이란 성분입니다. 이 알리신 성분은 마늘에도 많이 있는 성분인데, 이는 마늘이나 달래가 모두 백합과로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달래에 풍부한 알리신은 우선 수족냉증을 개선하며 혈중 지질을 제거하여 혈액을 정화하고 신장을 보하여 스태미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달래에 풍부한 칼륨과 철분은 빈혈예방과 고혈압을 낮춰 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들 - 달래, 마늘, 맥문동, 나리 등 - 에는 공통적으로 소화를 돕고 각종 염증을 치료하는 소염작용과 혈액을 맑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달래와 산마늘 등은 소화기능을 강화하고 혈액을 맑게 하는데, 백합, 맥문동, 원추리, 얼레지, 참나리 등은 기침과 가래 등 폐질환을 치료하는데 더 많은 효력을 발휘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늘주사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마늘주사는 이름 때문에 마치 마늘 성분을 몸에 넣어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주사는 활성형 비타민B1인 ‘푸르설타민’ 이 주성분으로 함유된 비타민제재일 뿐입니다. 이 약을 정맥에 주사하게 되면 체내 곳곳에 비타민B1이 전달되면서 코나 입에서 약하게 마늘 냄새가 나 마늘주사라 이름 붙은 것일 뿐 마늘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이러한 비타민제재는 먹고 소화시키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정맥을 통해 일시적으로 영양분을 공급받는 비상조치일 뿐이지, 결코 먹고 소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 권장돼서는 안 됩니다. 미용을 미끼로 주사제를 권하는 것은 얄팍한 의료상술일 뿐입니다. 우리 몸이 피로를 느낀다면 무엇보다도 우선 충분히 쉬고 난 뒤, 적절한 음식을 섭취해 피로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만일 주사제를 맞으며 그것으로 휴식을 대신하려 한다면 우리 몸에 정상적인 생리반응을 속이는 것이 될 것입니다.

밤낮으로 일을 해야만 빠듯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농부님들 입장에선 제대로 쉰다는 것이 어렵겠지만, 건강을 한 번 잃고 나면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꼭 적절한 휴식에 열중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행복은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불평등과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때 진정으로 도래하는 것이라 믿으며 농부님들의 노고가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의 도래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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