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내는 족족 폐기명령 … 수선화 농가 고사 위기

사상 최대 바이러스 피해
농가, “구근수출국 현지검역 해 달라”

  • 입력 2017.02.17 16:15
  • 수정 2017.02.19 17:3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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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수선화 격리재배 농가들이 바이러스성 질병 피해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 에누리 없이 내려지는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박봉균)의 폐기명령에 농민들은 야속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구근류는 튤립·백합 등 수출국 현지검역을 실시하는 품종을 제외하면 구근 수입 후 국내에서 수 개월 격리재배를 해야 한다. 식물검역은 격리재배 기간 중 이뤄지며 이상이 없을 경우 시중 판매가 가능하다.

‘나르시서스 옐로우스트라이프 모자이크 바이러스’는 수선화에 감수성을 갖는 바이러스로, 꽃 크기 및 생육 저하와 반점·줄무늬 증상을 발현한다. 매년 구근농가를 괴롭히고 있는 질병인데, 올해 그 피해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수선화 취급 농가는 전국에 약 20농가로 많지 않지만 거의 모든 농가에 걸쳐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구근 격리재배 농가 홍성현씨는 3개월 동안 기른 수선화 4만개를 폐기했다. 폐기대상인 수선화 화분들이 어지러이 뒹굴고 있다. 농가 제공

표본검사 결과 이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검역본부로부터 단위별 폐기명령이 내려진다. 아직은 질병의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아 잠정규제질병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위험분석이 끝날 때까지는 「식물방역법」상 발생 시 폐기가 불가피하다.

AI나 구제역처럼 부족하나마 폐기보상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애당초 ‘질병이 있는 구근’을 수입했기 때문에 구근 수입업자와 수출국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출국인 네덜란드에선 수입규모도 미미하면서 검역기준은 까다로운 우리나라에 ‘갑’의 입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와 구근 수입업자가 분담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떼떼아떼떼(Tete a Tete, 미니수선)’라는 특정 품종으로, 속 편하게 아예 취급을 안 하면 좋겠지만 국내 고정수요층이 있어 구색상 포기할 수가 없는 품종이다. 농가로선 여러 모로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격리재배 농가 홍성현씨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위험분석을 한다던 검역본부는 아직도 분석 중이고 위험성조차 불분명한 질병으로 농가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내 농장에서만 올해 세 차례에 걸쳐 4만개의 수선화를 폐기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매년 이렇게 격리재배 과정에서 고생하느니 튤립이나 백합처럼 현지검역을 시행해야 한다. 똑같은 구근류인데 예산이 없어 못 한다고 한다. 돈이 없으면 농가들이 모아서 댄다는데도 안된단다. 농가는 정말 절박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수선화 취급 농가들은 최근 조직적으로 검역본부를 항의방문하고 탄원서를 전달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 구근 수입업자는 “매년 거듭된 문제로 몇몇 구근 수입업체는 이미 도산했고 올해 피해규모 같아선 농가들도 거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상황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관심없이 일방적인 폐기명령만을 내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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