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말하는 농업구조개선

작부체계 개선 의미

  • 입력 2017.02.17 14:20
  • 수정 2017.02.17 14:22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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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북측의 문서에 자주 거론되는 용어 가운데 농업구조개선이란 것이 있는데, 남측에서도 동일한 용어가 지난 30년 동안 농업정책의 키워드로 사용됐다. 그런데 남북이 동일하게 사용하는 농업구조개선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내용은 전혀 다르다.

남측에서는 농산물의 시장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정부가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심과제로 농업구조개선을 추진해 왔고, 지금까지도 국내 농업정책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남측의 농업구조개선은 한 마디로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한정된 농업자원을 선별적으로 선택받은 소수의 정예농가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전업농이니 기업농이니 하는 것이 바로 그 소수의 정예농가에 해당한다. 농민들은 이러한 농업구조개선을 농업구조조정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북측에서 사용하는 농업구조개선은 이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전국적인 작부체계를 개선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지역을 토양, 기후 등 자연지리적 조건에 맞게 세분화하고 해당 지역에 가장 적합한 작부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각 도 단위 및 시군 단위별로 농업조건을 세분화하고, 해당 지역의 토양 및 기후 등 통계자료에 기초해 알곡(곡물), 축산, 남새(채소), 과수, 공예(원예) 등 다섯 가지 분야별로 가장 적합한 농업기술과 재배관리 기술 등을 제시하고 있다.

북측이 추진하는 농업구조개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적지적작(適地適作) 적기적작(適期適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해당 농지에 가장 적합한 작목과 종자 그리고 기술을 도입하고, 영농시기별로 각각 최적의 재배관리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농업구조개선을 추진하는 목적은 토지생산성을 높이는데 있다. 경작면적이 제한돼 있는 조건에서 농지별로 최적의 농업기술과 재배관리를 도입해 전국적으로 토지생산성을 높여 농업생산을 증대시키겠다는 것이다. 과거 오랫동안 제2의 주식으로 옥수수 재배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화학비료 의존도가 과도하게 됐고, 토양의 산성화 및 유기질 부족으로 토지의 생산력이 낮아짐에 따라 오히려 농업 및 식량 생산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등장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작부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영농장과 협동농장에서는 종전과 다른 작부체계를 도입하고 있으며, 보다 더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한 본보기농사(시범포 운영)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국가에서는 각 농장의 작부체계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IT 기술을 활용한 농업정보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묘향정보기술사가 개발한 ‘과학농사 365일 천하지대본’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지금 만약 북측의 농장을 방문할 수 있다면 이 프로그램이 담겨진 태블릿PC 및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영농작업을 하는 농사일꾼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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