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같은 국민, 다른 대접

  • 입력 2017.02.17 09:42
  • 수정 2021.04.28 15:0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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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이 신문이 나가면 곧 입사 5개월 차가 된다. 어머니는 애송이 기자가 되어 갑자기 여기저기 멀고 거친 현장을 나가게 된 자식이 매주 안쓰럽다. 나는 얘기한다. “엄마, 거기 저보다 훨씬 힘든 분들이 많아요.”

얼마 전에 홍성의 한 농공단지 옆에 있는 농촌을 방문했었다. 마을 사람들은 폐수가 농수로에 유입되는 것 같다고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2년 전쯤 저항을 포기했다. 손을 넣으면 아주 미세하게 끈적임이 느껴지는 그 물로 마지막 임차 농사를 지어 팔고 먹을 쌀은 사서 먹었다는 한 농민의 고백에 나는 말을 잃었다.

마을 상류에 버젓이 공장을 짓고 폐수를 내보내는 공장주, 동의한 적 없는 풍력발전기를 집 앞에 세우려는 대기업, 공항 유치를 예정지 주민들에게 ‘통보’하는 단체장까지. 농민을 깔보는 이들이 취하는 뻔뻔함은 도시의 소시민에게 보이는 그것과는 또 다르다. 도시의 아파트 바로 옆에 합의도 없이 고압송전탑을 박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 일들이 농촌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의식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집이라는데, 하물며 집과 마을공동체가 삶의 터전을 겸하는 농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쌀값 보장’을 외치는 것조차 사치인 이들이 오늘도 어디선가 읊조린다. "그저 농사만 짓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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