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보고 저리봐도 전망이 없다”

[ 르포 ] 한숨 깊어진 경남 김해 화훼농가

  • 입력 2017.02.16 20:41
  • 수정 2017.02.19 23:1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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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화훼농사를 짓고 있는 김창식씨가 지난 13일 금어초를 심은 자신의 하우스에서 악화일로의 침체기를 걷고 있는 화훼산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근심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화훼농사를 짓고 있는 김창식씨가 지난 13일 금어초를 심은 자신의 하우스에서 악화일로의 침체기를 걷고 있는 화훼산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근심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꽃이 안 팔려서 난리다. 화훼농사 지으면서 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건 처음이다. 무슨 말을 하기가 황당할 정도다. 주변농가들도 다 아우성이다.”

지난 13일 경남 김해 대동면에서 만난 화훼농민 김창식씨의 얘기다. 전국 최대 화훼단지였던 경남 김해 화훼농가의 한숨이 깊다. 졸업식이 한창인 2월은 화훼농가에겐 금쪽같은 성수기였지만 이젠 옛말이 돼서다.

2,0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축하용 화환에 주로 쓰이는 거베라와 금어초 농사를 짓는 김씨는 “지난해 거베라 10송이를 묶은 1단이 3,000~4,000원에 출하했다면 현재는 반토막이 안 되는 1,000원 선으로 곤두박질쳤다”며 “대동면 화훼농가가 300농가가 넘었었는데 지금은 토마토나 딸기로 작목을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꽃이 생활 속에 자리잡지 못한데다 수입산이 무섭게 들어오면서 침체기를 거듭하고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꽃의 70~80%가 대부분 행사에 사용되는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화훼산업에 경기불황은 소비자를 더 움츠려들게 했고, 침체기도 모자라 청탁금지법까지 덮치며 농민들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진지 오래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화훼농가들이 생사의 기로 위에 서 있다고 했다. 같은 마을의 우오식씨도 “이리보나 저리보나 아무리 쳐다보고 돌아봐도 전망이 없다”고 한탄했다. 9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스토커 농사를 짓는 우씨는 “모종 하나에 130원씩 6만7,000개, 750만원이 들어갔다. 시설비, 난방비, 거름 등 1,0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못해도 3,000~4,000만원의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2,000만원도 안 나와 인건비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꽃값은 떨어지는데 난방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가 급등한 것도 문제라는 것이 화훼농가의 목소리다. 김씨는 “지난해 7월 농업용 면세유가 경유에서 석유로 변경되면서 열량이 낮아 더 많이 떼면서 난방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화훼에 있어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고품질 생산의 관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난방비가 생산비의 30~40% 정도를 차지한다.

게다가 쏟아지는 수입산 화훼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씨는 “카네이션 대륜 국산 1단이 1만5,000원이면 중국에서 40분만에 들여와 절반도 안되는 6,000원에 파니 경쟁이 되겠나”라고 성토했다.

김씨는 “화훼산업은 이제 옛날만큼 호황이 없다”라며 “무엇보다 꽃 소비를 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활성화와 더불어 꽃을 생활에서 소비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탄핵 국면이 소비심리 위축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해 화훼농가들은 또한 “청탁금지법에 원칙적으로 예외 적용이 있어선 안 되지만 워낙에 피해가 많다보니 화훼농가의 숨통이 트일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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