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농산물 도매시장의 기능과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사장 원철희)이 지난 10일 농협용산 별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서 김동환 안양대 교수는 ‘신정부의 농식품 유통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도매시장의 기능과 운영의 근본적인 혁신방안과 지역먹을거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는 발제에서 도매시장의 기능에 대해 “대형유통업체의 직거래 등으로 도매시장의 영업기반이 위축되고 있으나 소농이 생산한 비규격품의 출하처, 가격 발견 장소로서의 기능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존 소농 위주의 패러다임에만 머물지 말고 최근 변화되는 유통체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대형화된 선진 산지유통조직과 대형소매업체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향에서 도매시장 운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표준 규격품 및 브랜드품을 유치하고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등의 첨단 물류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도매상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기능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지 않으므로 정가수의매매와 선취매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면서 “일본에서는 정가수의매매, 선취매를 하더라도 법인에 수수료를 전액 납부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중도매인이 수수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어 이들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산지조직과 대형소매업체의 도매시장 거래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품목여건을 고려한 도매상제도의 확대가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도매시장이 단순한 거래 장소의 제공이라는 기능에서 탈피해 다양한 기능의 확대가 필요하고, 비용 절감과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낙후된 도매시장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산지의 저온유통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매시장의 저온경매장, 저장고 등과 비용절감을 위한 하역기계화 시설 및 장비, 소포장 및 가공, 물류시설 등의 확충이 필요하다.”라며 “운영이 부진한 지방도매시장은 산지유통센터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농협 하나로마트를 이용해 지역푸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그는 “소도시 및 읍면지역 농협 하나로마트를 지역 농산물 유통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농민시장의 기능을 수행케 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상당량을 지역 내에서 소비시키는 지역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해 소농에게도 판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지역의 농민시장은 지역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농식품을 공급하고 소농에게는 판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외에도 선진국에서와 같이 국가 및 지방정부가 국가규격을 검사하고 인증하는 ‘검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른 방안으로 “우리도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산지 유통센터에서 지자체 검사관이 등급을 판정하고 이를 인증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검사관이 인증하지 않은 경우 국가에서 정한 표준 등급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김경규 농림수산식품부 유통정책팀장, 권승구 동국대 교수, 이한준 농수산물유통공사 산지유통부장, 김종기 중앙대 교수,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한기인 농협경제연구소 유통연구팀장, 이봉구 동부여농협 상무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SCM(Supply Chain Manage ment, 공급망관리)이란?=SCM(공급망 관리)이란 물자, 정보, 재정 등이 공급자로부터 생산자, 도매업자, 소매상인, 그리고 소비자에게 이동함에 따라 그 진행과정을 감독하는 것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