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표준하역비, 왜 출하자가 내나

  • 입력 2017.02.10 16:18
  • 수정 2017.02.10 16:1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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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안법에는 도매법인이 표준하역비를 부담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가락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생산자의 몫인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가락시장의 한 농산물 경매장에서 하역노조원 들이 농산물을 옮기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가락시장의 농산물 위탁수수료는 거래금액의 4%(특수품목 제외)다. 하지만 가락시장에 직접 출하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농민이라면 이 4% 이외에 ‘표준하역비’라는 명목의 웃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상하다 여기면서도 그저 관행에 따랐을 수도 있고, 혹자는 이상한 줄 모르고 당연시했을 수도 있다.

도매시장 출하 시 원래는 운송비를 포함, 하역비까지의 비용을 출하자가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난 2001년 개정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물류효율화 촉진과 출하자 이익 보호를 위해 규격출하품 하역비, 일명 ‘표준하역비’에 한해 출하자가 아닌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규격출하품의 정의는 시장별 업무규정으로 결정하는데, 가락시장의 경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표준규격으로 포장 출하하는 모든 국내산 농산물을 규격출하품으로 인정한다. 흔하디 흔한 박스·비닐·망 포장이 그것이다. 즉, 가락시장 출하품 약 80%의 하역비가 표준하역비에 해당하며 그 부담주체는 출하자가 아닌 도매법인이 돼야 한다.

여기까지 본다면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자신들이 내야 할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명백히 불법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 교묘한 논리가 작용한다. 도매법인은 출하자가 부담하는 표준하역비가 위탁수수료의 일부라고 말한다. 즉, 가락시장 위탁수수료는 대외적으론 4%지만 실제론 4%+α(품목별 표준하역비)라는 주장이다.

2002년 가락시장에 표준하역비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표준하역비 적용대상은 완전규격출하품(박스+팰릿형태로 기계하역이 가능한 출하품)에 한정돼 있었다. 완전규격출하품은 전체 물량대비 5% 미만으로 지극히 미미했으며 따라서 당시엔 표준하역비를 법 규정대로 도매법인이 부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2004년부터 표준하역비 적용대상이 대폭 확대되면서 도매법인들이 재정부담을 호소했고, 갈등 끝에 표준하역비가 위탁수수료에 포함되는 기형적 형태가 완성됐다. 농안법상 위탁수수료는 거래금액의 7% 이내에서 도매법인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표준하역비 지출로 경영상 부담이 돼 그 만큼 수수료를 인상했다는데야 위법성을 확정짓기가 다소 애매해진 것이다.

하지만 불편한 그림인 것은 사실이다. 4% 수수료에 α를 붙였다는 것은 사실상 위탁수수료 인상을 의미한다.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인상’이란 이슈가 등장했다면 전국적인 논란이 촉발돼 한 차례 홍역을 치렀겠지만 알게 모르게 은근슬쩍 수수료가 인상된 결과가 돼버렸다. 또한 무엇보다 ‘표준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하라’는 법률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점에 큰 문제가 있다.

개설자인 서울시는 최근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본격적인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시의 조치 또한 일차적이고 부분적인 개선을 노릴 뿐 근본적인 해결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정> 제742호 커버스토리에서는 최근 가락시장 표준하역비 논란을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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