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하역비는 결국 출하자의 몫인가

법률엔 도매법인 전담
관행은 출하자 전담
개선안은 출하자 분담

  • 입력 2017.02.10 16:14
  • 수정 2017.02.10 16:1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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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 표준하역비에 대해 도매법인은 관행 유지를, 서울시공사는 일부 개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농안법에 비춰 보면 양쪽 의견 모두 법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7일 가락시장 엽채류 하역 풍경. 한승호 기자

문제가 제기됐고 개선이 진행 중이지만 개운치는 않다.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제40조 2항은 분명 표준하역비를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행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도매법인도, 개선안을 추진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도 누구나 납득할 만한 명쾌한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관행에 문제 없다”

도매법인 측은 출하자가 표준하역비를 부담하는 현재의 관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위탁수수료율 운영은 법정한도 7% 이내에서 도매법인 재량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4% 수수료에 표준하역비 분량의 정액을 덧붙이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이에 공사의 위탁수수료 제한이 과도한 규제며 그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매법인의 위법 여부에 대해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외관상 표준하역비를 출하자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대외적으로 얘기하는 가락시장 위탁수수료는 4%지만 실제 도매법인이 받는 수수료엔 4%에 딱 품목별 표준하역비 만큼의 웃돈이 더 붙는다. 표준하역비가 오르면 위탁수수료에 그 인상분이 가감없이 반영된다. 누군가가 “가락시장 위탁수수료가 정확히 얼마냐”고 묻는다면 “4%+품목별 표준하역비”라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위법 여부는 애매할지 몰라도 농안법의 취지 자체는 이미 훼손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출하자 보호도, 물류효율화도 어정쩡

공사는 도매법인의 위탁수수료 인상을 제한함으로써 문제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측 대안에서도 모순점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애당초 4% 수수료에 표준하역비를 덧붙이는 것이 위법이라 주장한 공사지만, 해결책으로 제시한 표준하역비 정률제나 위탁수수료 인상제한 모두 앞으로의 표준하역비 ‘인상분’ 전가만을 예방할 뿐 지금까지 전가돼 온 표준하역비의 ‘몸통’은 여전히 출하자의 몫으로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확정된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엔 위탁수수료에 포함될 품목별 표준하역비 일람까지 별표로 첨부했다.

농안법 표준하역비 조항의 목적은 도매시장 물류효율화와 출하자 이익보호인데, 기실 공사의 계산은 출하자 쪽보다는 물류효율화 측면을 노린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산지조직화와 중도매인 거래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도매법인에 대한 역할강제가 기대만큼 큰 성과는 내기 힘들다는 것이 여론이다. 대의명분을 내세우기엔 두 가지 법취지 모두 회복에 물음표가 붙어 있다.


4% 수수료, 왜 안되나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방법은 통념 그대로 4%의 수수료만을 징수하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를 완벽하게 없애는 방법이다. 물론 중대한 걸림돌이 있다. 도매법인의 수익 악화다. 도매법인 측에 따르면 현재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수수료수익은 전체 거래액의 0.7%를 잡는다. 이 상태에서 거래액의 1%에 해당하는 표준하역비를 빼면 연간 수십억원의 흑자가 곧바로 적자로 돌아선다.

이렇게 된다면 도매법인은 직원 감축 등 지출 절감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며 판매·출하장려금과 시장사용료 인하가 뒤따를 수 있다. 위탁수수료 인상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농가정서와 농식품부의 감독이 있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출하자 이익보호를 위해 도매법인을 위시한 가락시장 전체가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이는 공사로서도 부담스러운 그림이다. 적어도 이해당사자인 출하자 입장에서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의견개진이 없다면 4% 수수료는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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