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과정에 협동조합 교육 필수여야”

[인터뷰] 전영남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

  • 입력 2017.01.27 15:52
  • 수정 2017.01.27 16:27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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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2006년 당선 이후 전남서남부채소농협(농협)을 11년째 이끌어온 전영남 조합장. 배종렬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함께 지역농민의 문제를 협동조합 방식을 통해 농민의 손으로 직접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만큼 누구보다 농협에 갖는 애착이 강했다. 지난 20일 전남 무안에서 만난 그는 그래서 더욱 ‘협동조합성’을 강조했다.

그는 “협동조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대한민국이 일제 36년을 겪고, 해방 이후 빨갱이 콤플렉스에 걸려 협동조합도 빨갱이로 본다. 그러니 교육을 아예 안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에 의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라 해도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교육하는 조직이 없으면 도로아미타불”이라고 덧붙였다.

전 조합장은 두 가지 사례를 얘기했다. 첫 번째는 어느 날 농협 전남본부 감사관실에서 불러 긴장한 채 간 사연이다. 신입사원 면접을 하는 자리였다. 이력서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고, 교사자격증과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 그는 딱 한 가지를 물었다고 한다. 협동조합의 원칙과 본질이다.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전 조합장은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협동조합을 모른다. 그런 땅에서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사례는 젊은 농부가 부모를 도와 양파를 수확해 농협에 출하하면서 생긴 일이다. 계근하면서 스스로 합격품을 내려놓고 오라고 했다. 그 농민은 결국 농협 부지를 3바퀴를 돌다 그냥 돌아갔다. 자세히 보니 수확하고 남은, 일명 쇼리(하품)를 주워온 상황이었다.

“농민들이 생산한 양파를 담아 와서 팔아버리면 그만인가. 그건 장사꾼이다. 직원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작업해야 하고, 조합원도 눈가림해서 팔아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조합의 주인은 농민이고 임직원도 조합의 일꾼일 뿐이다. 그 시각을 바꾸는 게 가장 힘들다.”

전 조합장은 초기엔 상인들이 돈을 조금만 얹어줘도 눈치보다 상인에 파는 조합원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고령의 조합원들도 “우리 조합에 줄랑께, 장사꾼이 와도 계약재배 했어라우” 그러면서 안 준다는 것이다. 1년에 4~5차례씩 협동조합 교육에 무엇보다 공을 들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조합원들이 한 곳에 출하하면 더 이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프랑스 농업협동조합 사례를 들어 협동조합 학교를 수료해야 조합원 자격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교과 과정에도 협동조합 교육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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