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왜 만들어 놓았노!

  • 입력 2017.01.27 10:42
  • 수정 2017.01.27 10:43
  • 기자명 황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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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 (경북 의성군 봉양면)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동네 어른들이 제일 먼저 하는 설맞이 준비는 의성 오일장터 입구에 있는 나희미용실 행이다. 짤막하게 머리를 자르고 다시 뽀글뽀글하니 지지신다. 그렇게 좀 미리 파마를 해 놓으셔야 정작 설날이 되면 태가 난다는 말씀이다. 그렇게 본인 몸치장이 끝나면 그다음부터는 설 쇠러 오는 자식들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신다.

우리 마을은 강정을 품앗이로 직접 집에서 만드신다. 강정은 몇 단계의 공정이 있으니 최소한 서너명이 한 조가 돼야 한다. 먼저 엿물이 적당하니 끓여야 한다. 이 공정은 아주 중요하다. 엿물의 끓기 정도에 따라 강정이 눅눅해 지지 않고 바삭하니 맛나다. 그 엿물에 준비된 각종 튀밥곡식들을 잘 섞어준 다음 비닐이 깔려진 벼 육묘상자위에 그것들을 펴 줘야 한다. 신속하고도 민첩하게 소주병으로 밀어줘야 결이 고운 강정이 만들어 진다. 

그 다음은 칼잡이 솜씨를 뽐내는 공정이다. 이 공정도 강정이 굳기 전에 썰어 줘야 부스러기가 덜 나오고 작고 예쁜 모양으로 썰 수가 있다. 이렇게 정신없이 공정이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 그 집 주인댁은 맛난 점심도 준비해야 한다. 온 갖가지 나물의 비빔밥과 시원한 동태국 등 맛나게도 준비하셨다. 기왕 준비한 음식이니 온 동네사람들이 와서 숟가락을 거든다. 이렇게 찹쌀, 깨, 들깨, 쥐눈이콩 등의 강정이 모양도 예쁘게 쌓여간다. 

“설은 왜 만들어 놓았노!” 이런 저런 뒷바라지며 점심 준비로 바쁜 주인댁 호산 아지매는 푸념 아닌 푸념을 하신다. 그래도 일없는 겨울철이니 다행이시란다. 호산 아지매는 과히 강정명인이라 할 만하다. 설날 세배하러 와서 먹어보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나다. 이런 어른들이 더 이상 나이 드시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우리 마을에 계셔주셨으면 좋겠다. 집에 간다고 하니 우선 아이들 주라고 한 봉지 싸 주신다. 

“뭐 이렇게 정 나누고 사는 기 사람 사는 거 아이가” 하신다. “자네는 모레하제. 내 썰어주러 가꾸마.” 깔끔한 호산 아지매 모시려면 집 대청소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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