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문재인 호남 몰빵, 야권 흥행의 분수령’ 이런 말들이 광주전남 지역 신문에 쏟아졌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호남 지지율 격차가 두배나 차이나고 국민의당 지지율이 많이 빠졌는데도 문재인이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지역경선을 호남에서 먼저 치른다는 점과 이른바 노무현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다. 호남 경선에서 이기는 자가 대권 도전권을 거머쥘 확률이 높다.
어르신들은 아침 9시에 마을회관에 출근해 점심을 공동취사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하신다. 하루종일 TV를 보시는데 박근혜 탄핵이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서 관심사는 단연 차기 대선이다. 문재인 호남 지지율 40%, 정치가 아무리 생물이라지만 총선 전 문재인 지지율이 10%도 안 된 점을 고려하면 이건 착시현상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면에 빠르게 큰 폭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소신도 열정도 철학도 없는 문재인류의 보수 진보 양다리 걸치기 전법으로는 1,000만 촛불 민중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문재인은 천안함 폭침은 북의 소행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김정은 정권은 자멸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다. 문재인은 ‘특전사 출신 종북주의자도 있느냐’며 정색하고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가 오해라며 서둘러 말을 바꾸었다.
‘사드문제에 대해선 기존의 한미합의를 존중한다’는 안희정의 말은 문재인의 ‘다음 정권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며 노무현의 ‘한미관계를 존중해 이라크에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안희정이 말했다. ‘이재용 구속이 무조건 법과 정의는 아니다. 돈이 많든 적든 방어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경제문제에 대한 안희정 문재인 노무현의 시각은 철저하게 삼성적(三星的)이다. 그들에게 신자유주의는 금과옥조며 한-미 FTA는 전략적 동맹강화로 가는 관문이었다. 노무현이 좌클릭하고 우회전했다면 문재인과 안희정은 우클릭했고 여전히 우회전하고 있다. 그게 다른 점이다.
‘평생 공무원인 나는 보수주의자에 가깝다’ 진보적 보수주의자라 자칭한 반기문이 말했다. 양다리 걸치기에서 진보를 뺀 것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바른정당으로 가겠다는 공개선언으로 읽힌다. 반기문은 소신과 열정과 철학이 없다는 점에서 문재인과 거의 같다. 외교, 통일 문제에 있어서 반기문과 문재인의 다른 점이라면 조미관계를 북미관계와 미북관계로 차이나게 부르는 정도일 게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괜찮고 반기문이 되면 안 되는가, 문재인이 되는 게 촛불혁명적이며 반기문이 되는게 반혁명적인가. ‘시원한 것은 차라리 이재명이 낫다?’ 질문이 꼬리를 문다. 역사는 우리에게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것을, 분단을 극복할 것을,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완성할 것을 요구한다. 광장의 요구는 분출되는데 이것을 담아낼 정치적 주체가 없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죽 쒀서 개준다는 말이다. 4·19혁명이 끝나고 친미반공주의자 장면이 권력을 잡고 결국 박정희가 정권을 먹었다. 1987년 항쟁이 끝나고 노태우가 정권을 잡았다. 불특정 1,000만 민중을 특정 세력으로 주체화하는 것이 정치세력화이다. 2015년부터 발화된 촛불 혁명의 최종 승리는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반기문을 이기자면 미워도 다시 한 번 야당을 찍어야 한다는 둥, 야권연합정부를 만들면 한자리 차지할 수 있다는 둥의 소리는 자기 당, 자기 후보가 현재 없거나 앞으로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헛소리다. 우리는 이미 2015년부터 권력투쟁을 시작했다. 하루를 1년처럼 살면 다음 대선까지 100년도 더 남았다. 부족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결심과 결의다. 속도는 시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결의 결심에서 나온다. 대선전 민중이 정치의 주체로 서는 당, 1,000만 촛불 혁명정신을 계승할 후보를 세우는 과정에서 최근 정치방침을 결정한 전농의 역할이 크다. 그들이 정권을 잡은 지난 30년 동안 나락 값은 일관되게 떨어졌다. 농민들에겐 농업혁명 말고는 답이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