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함께 대안을 실천한다

전여농 인도탐방기

  • 입력 2008.04.12 11:14
  • 기자명 류화영 전여농 조직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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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여성농민, 인도에 가다
    (프롤로그)
2. 인도 농민운동 소개
3. KRSS와 인도의 여성농민운동
4. DDS방문기(종자와 여성농민, 젠더링 농업에 대해)
5. 한국농업의 미래를 예고하는 인도의 GM 문제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이 땅의 농업이 도시화, 산업화 뒤안길에서 몰락해 왔다면 인도의 농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신자유주의 회오리에 인도의 농업과 농민의 삶도 빠르게 황폐화 되었고 가격폭락과 빚더미에 절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들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빚더미에 절망, 자살 줄이어

녹색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다국적기업의 농업 지배를 합리화 하고 결국은 그 대가를 농민의 목숨으로 치러야 했던 상황에서 이에 대항하는 투쟁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농가부채에 대해 은행이 유모차, 경운기, 종자, 심지어 옷까지 차압해가는 상황에서 1980년에 카라카타주의 농민들이 단결하기 시작했다.

50만명이 참가하여 GATT에 대항하는 시위를 벌였는가 하면 방갈로르에 있는 카길 사무실을 1천여명의 활동가들이 점거하기도 했다. 또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판매점을 점거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이러한 투쟁과 더불어 개발모델전략으로 전통, 우애, 협력, 신뢰로 이루어진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에 대해 빼앗긴 전통가치들을 되살리는 운동, 지역종자를 보존하려는 싸움, 토양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해나갔다.

▲ 여성농민이 운영하는 인도 발리할리마을 종자은행에서 전여농과 인도 농민들이 간담회를 열고 있다.

KRRS는 대안과 저항은 나눌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둘 모두 다른 하나가 없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꼭짓점에 있으면서 농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다국적기업의 외부적 투입요소(종자, 화학비료, 농자재, 농약 등)와 정부의 농업정책을 거부한다는 것은 반드시 전통적인 농업을 진보시키겠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KRRS뿐 아니라 우리가 방문한 BAIF, DDS, CROPS라는 조직 모두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농업의 아쉬람(성지)라 불리는 BAIF를 예로 들면 나무를 이용한 전기 생산, 지렁이 목욕물과 님나무 잎을 이용한 살균, 살충방법 등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연구와 보급을 활발히 하고 있었다.

또 건기가 8개월에 달하는 자연조건에 맞게 빗물저장시설을 만들고, 건기에도 싹을 잘 틔울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기도 했다. 약용식물들을 농민들에게 보급해 전통적인 약용의학을 개발, 농민들의 건강을 도모하고 누에고치를 이용한 장식품 개발로 소득증대도 돕고 있었다.

다국적 기업의 종자지배로 사라져 가는 토종종자를 지켜내기 위해 종자은행을 만들기 시작했다. 은행장은 주로 여성농민이다. 섬세하고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래와 종자를 섞는다든가, 소 오줌으로 소독하는 전통방식으로 종자를 보존하고, 영농철에 농민들에게 종자를 나누어 줬다가 수확기에 2배로 돌려받아 토종종자를 확대시켜 나간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전통적인 것이 가장 과학적이라는 결론에 달했고 이에 대한 자부심도 높았다.
인도의 농민운동은 대체로 간디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마을공동체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농민운동은 마을을 단위로 하여 생활과 생산과 투쟁을 책임지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었다. 그런 점들에 비추어 연수 참가자들은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대안농정 모색 의미심장한 일

농업문제 뿐 아니라 외세로부터 자주적이지 못하고, 분단국가라는 이중 삼중의 복잡한 현실에서 투쟁하느라 소중한 가치들을 관념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이었다. 물론 그런 조건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주체로부터 찾아야 혁신을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이 먼 미래의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실천을 통해 우리 안에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 지역에서부터 작은 모델들을 만들어나갈 때 농민만의 농업이 아닌 국민이 함께하는 농업으로 되살아 날 수 있으리라는 깨달음 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이라는 대안농정의 모색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류화영 전여농 조직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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