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8] 농부로 산다는 것

  • 입력 2017.01.20 11:29
  • 수정 2017.05.26 10:2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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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지난주에는 3박4일 동안 경기도 포천의 평화나무농장에서 개최한 생명역동농업 특별강좌에 참석해 교육을 받았다. 강의는 프랑스인 삐리오 드니와 일본인 부인 가노 요시꼬 부부가 맡았고, 평화농장 김준권 선생과 원혜덕 부부가 모든 일정을 주관했다.

나도 농부로서 어차피 친환경 유기농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론과 철학은 물론 실제로 농사짓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귀농 전부터 이런 저런 책을 구독하기도 하고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이번엔 생명역동농업을 배워보려고 마음먹었다.

강의는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밤 2시간으로 하루 10시간씩 강행됐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강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 왔을 때는 그 어느 교육보다 유익했고 감동적인 강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 포천 평화나무농장에서 '생명역동농업' 특별강좌에 참석해 교육을 받았다. 강의는 프랑스인 삐리오 드니와 일본인 부인 가노 요시꼬 부부가 맡았다.

이번 강좌를 통해 생명역동농업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생명역동농업은 인지학(人智學, Anthroposophy)과 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창시자이며 데메터(Demeter)의 원리를 제시한 독일인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가 ‘자연과 사람을 되살리는 길’이라는 저서(강좌)에서 처음 제시했다고 한다. 그 후 슈타이너의 생명역동농업은 현재 유기농업의 이론적, 실질적 기반이 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슈타이너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문명발전과 함께 착취되고 훼손된 농업과 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자연과 우주의 원리에 입각해 회복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한 사상가요, 선각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는 농학 전문가가 아니었음에도 생명역동농업을 이론적으로 구명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농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생명역동농업에 대해 조금은 이해했다는 점도 성과였지만 이 농법을 30여년 이상 실행해 오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드니와 요시꼬 부부의 삶과 철학이 나를 더 숙연하게 했다. 농부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시간들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와 표정 하나 하나에서 겸손함과 지혜가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생명역동농법을 30년 이상 실행해 온 드니와 요시꼬 부부는 말 한마디한마디와 표정 하나하나에서 겸손함과 지혜가 묻어나왔다.

인간들의 잔꾀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진솔함과 겸허한 삶을 살아왔음이 마음으로 전달됐다. 인간과 자연을 살려야 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삶 전체를 온전히 바치며 이를 실천하면서 살아온 두 분의 삶의 궤적이 마음 시리도록 감동으로 다가왔다. 굵은 손마디와 소박한 옷차림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작은 것을 크게 보이려 혈안이 돼 있는 이 시대에 이들의 검소하고 겸허한 농부로서의 삶을 발뒤꿈치만큼이라도 따라할 수 있는 농부가 되고 싶다.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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