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원산지 단속, 빛과 그림자

2016 원산지표시 최우수 시장 ‘군산공설시장’

  • 입력 2017.01.20 10:52
  • 수정 2017.01.20 11:06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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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원산지표시 최우수 전통시장으로 선정된 전북 군산시 군산공설시장의 한 상점에 원산지표시판이 잘 보이는 위치에 게시돼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6일 군산공설시장을 찾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이 원산지표시와 관련한 지도감독을 벌이며 시장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원산지표시를 확인 한 후 수산물을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들. 한승호 기자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정육점에서 농관원 소속 특별사법경찰관들이 멕시코산 삼겹살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증거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원산지표시제는 1991년 도입됐다.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원산지표시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높아졌지만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인식 부족, 불편함 등을 이유로 원산지표시 이행률이 부진했다. 원산지표시 이행률 부진은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남태헌, 농관원)은 2011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국 1,400여 전통시장 가운데 128곳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원산지표시를 유도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매년 우수시장도 선정했다. 3회째인 2016년에는 전북 군산공설시장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설을 앞두고 농관원의 원산지표시 단속이 한창인 가운데 원산지표시 최우수 시장으로 선정된 전북 군산공설시장을 찾았다.

군산공설시장은 1919년 개설돼 올해로 딱 99살이 된 전통시장이다. 2011년 완료된 현대화로 시장은 여느 마트 부럽지 않게 깔끔하고 장보기 좋은 온도로 관리되고 있었다. 1등 시장은 무엇이 다른지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운 좋게 원산지표시 지도감독을 하고 있는 농관원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박철 농관원 전북지원 군산사무소 주무관은 “전통시장 단속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지도감독을 위한 것”이라며 “영업장이 영세하고 상인들이 연로해 원산지표시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점검의도를 설명했다.

상인들은 농관원 직원으로부터 부족한 스티커나 박스에 꽂아둘 수 있는 팻말을 받아 원산지표시가 되지 않은 부분을 직접 메웠다. 잡곡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새로 받은 팻말의 집게가 아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손님이 이리저리 물건을 고르거나 새로 물건을 채우면 박스 안으로 빠지거나 바닥에 떨어지던 기존 팻말이 영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임병진 군산공설시장 상인회장은 “99년 전통을 가진 시장이다보니 조직력이 참 좋다. 현대화 이후로는 노점상이 없어져 원산지표시 관리가 한결 쉬워졌다”며 “손님들도 그렇지만 상인들도 손님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처음 MOU를 맺었을 때는 농관원 직원들을 부담스러워하고 귀찮아하셨는데 지금은 먼저 알아봐주시고 원산지표시제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신다”며 흐뭇해 했다.

시장에서 최고령 상인인 송귀순(86)씨는 고추장사를 한지 60년이 됐다고 했다. 말린 고추와 직접 방앗간에 가서 빻아온 고춧가루를 소포장해 판매하고 있었다. 포장된 비닐봉투에는 ‘국내산’ 세 글자가 적힌 초록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손님들이 고춧가루를 사가고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은 물건을 새로 꺼내면 스티커를 직접 붙인다. 송씨가 “사람들이 국내산 스티커 붙여놓은 것만 사가. 팔고나면 그 때 그 때 붙여야해”라고 기자에게 원산지표시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 박 주무관이 원산지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은 들기름 병 2개를 발견했다. “어머니 이거 들기름 방금 팔렸나봐요. 아까는 (스티커가)붙어있더니 안 붙어있네. 바로바로 붙이셔야 해요.” 군산공설시장은 그렇게 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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