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행취재 ] 설 대목 앞둔 원산지표시 단속 현장

소비자들 “믿고 살 수 있는 풍토 마련돼야”

  • 입력 2017.01.19 22:06
  • 수정 2017.01.28 11:3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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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단속팀 “가격차 큰 축산물 늘 위반 소지 있어” … “민간감시기능 강화돼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설 명절을 앞두고 농축산물 원산지표시 위반 일제단속에 나선 가운데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의 한 정육점을 찾은 농관원 소속 특별사법경찰관들이 멕시코산 삼겹살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업주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아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내산이라고 해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가 무슨 검사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믿고 사는 거야. 집에 가서 먹어봐야 알지. 그리고 맛 없으면 안 올 수밖에 없어.”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의 A정육점에서 국내산 소불고기 2만7,000원어치를 구입한 소비자 안경순(65)씨의 얘기다. 안 씨의 얘기에서 알 수 있듯 농축산물 원산지표시는 소비자의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경기지원 전대경 원산지관리팀장은 “원산지표시가 제대로 이뤄져야 국내산 농축산물 생산농가도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도 보호할 수 있다”며 원산지표시 위반 단속의 긍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특별사법경찰관으로 구성된 농관원 경기지원 기동단속팀은 지난 18일 오후 설 대목을 앞두고 수원 일대 집중단속에 나섰다. 원산지표시 위반 단속이 꾸준히 이뤄지며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은 만큼 동행취재에 나서도 단속현장을 목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씨가 국내산 소불고기를 구입한 A정육점은 이날 멕시코산 냉장 삼겹살 650g 11뭉치(7.1kg)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한 근에 9,900원에 판매하다 적발됐다. 단속 시작 30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업체 진열장엔 동그랗게 말린 삼겹살이 비닐 포장돼 있었지만 원산지표시는 돼 있지 않았다. 비닐 포장을 뜯고 자세히 봐야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지만 기자의 눈엔 오히려 선홍빛을 띤 멕시코산이 국내산 같아 보이기도 했다.

처음엔 “바빠서 표시를 하지 못했다”던 업주는 진열장과 냉장·냉동고, 거래내역서 등 기동단속팀의 꼼꼼한 단속에 결국 시인했다. 진열장 위쪽엔 ‘한돈’ 홍보물이 버젓이 달려있었다. 업주는 “경쟁 상대가 너무 많아서 원산지를 속여 팔게 됐다”며 “시국도 어지러운데 속여서 죄송하다. 제대로 표기해서 팔겠다”고 향후 개선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박종구 기동단속팀장은 “특히 축산물의 경우 국내산과 수입산의 가격차가 있기 때문에 늘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업주는 이후 출두요구서가 발부되면 경기지원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율천동 일대의 정육점을 단속한 결과 1곳이 적발되고 1곳은 원산지 미표기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원산지 미표기 업주는 “나는 새발의 피다. 단속할 거면 전부 단속해야 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팀장은 “경미한 경우지만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정유통 사례가 계속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동단속팀은 A업주처럼 솔직히 시인하면 다행이지만 ‘오리발’과 그로 인한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막무가내로 버티는 경우엔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고 DNA 분석 등 과학적 수사 기법도 개발되고 있지만 모든 소매점을 대상으로 하기엔 그 한계가 존재한다.

게다가 인력부족도 문제다. 시기별 집중단속에 신고에 따른 단속까지 소수의 인원으로 365일 강행군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일제단속의 경우 지역 사무소 직원까지 동원되지만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원산지 부정유통이 대형화·조직화·지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대경 팀장은 “인력적 한계에 여러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소비자 신고 등 민간감시기능의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율천동에 이어 단속이 이뤄진 수원시 장안구 조원시장의 정육점들은 대체적으로 원산지표시가 잘 돼 있었다. 소문축산에서 만난 김은자(65)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먹을거리로 장난을 치면 큰일이다. 믿고 살 수 있는 풍토가 돼야 한다”고 말했고, 송근만(65)씨는 “속는 셈치고 살 때도 있지만 이곳은 소개를 받고 선물세트를 사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호응할 정도다 보니 업주들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 대신한우마을 윤민환(54) 사장은 발골을 하면서 “25년째 이 자리에서 한우만 전문으로 판매해 왔다. 한번도 속여서 이득을 본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더욱 안심하고 농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업주들의 노력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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