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방역 근본대책 세우라

  • 입력 2017.01.15 13:29
  • 수정 2017.01.15 13:3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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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모를 불확실성이 가금농가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난해 11월 이래로 지금껏 입식을 못하고 있는 박근현(충북 음성군 맹동면)씨가 지난 9일 언제일지 모를 다음 사육을 위해 깨끗하게 청소한 계사를 씁쓸한 표정으로 둘러본 뒤 되돌아 나오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농산물 수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잇따른 농업강국과 FTA 체결에 따른 농업계의 원성을 수출성과로 보란 듯 반박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전략적인 수출 품목 중에서도 삼계탕은 돋보였다. 지난해 5월엔 중국 관광객 수천여 명에게 동시에 삼계탕을 만찬으로 대접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정작 삼계탕 수출은 박근혜정부 동안 하향세를 보였다. 삼계탕 수출액은 2011년 1,465만달러, 2012년엔 1,260만달러를 올렸지만 박 대통령 취임 뒤인 2013년 790만 달러로 수직 하락했다. 2015년 984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과거의 성세와 비교하면 부족한 수치다.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 진출해 기대를 건 중국 수출액은 2016년 11월 기준 81만6,000달러에 그쳤다. 목표했던 300만달러와는 거리가 멀다.

삼계탕은 주로 육용종계와 산란계를 교배한 백세미로 만든다. 백세미는 닭고기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자 방역관리의 맹점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누차 받아왔다. 일반육계에 비교해 사육일수가 짧아 산란계 농가가 비교적 쉽게 백세미 농장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렷한 정부대책 없이 유야무야 치킨 프랜차이즈까지 백세미가 유입되는 실정이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 터졌다. H5N6형은 확산속도가 H5N8형보다 훨씬 빨랐다. 기존 방역체계는 따라잡지 못했다. 24시간 내 살처분은 구호로만 남았다. 12월 4일까지 집계한 방역추진 상황을 보면 21농장 305만9,000수나 살처분 예정으로 남겼다. 상황은 갈수록 더 악화돼 22일엔 68농가 332만9,000수를 살처분하지 못했다. 확산세가 잡힐 리 만무했다.

가금농장은 텅텅 비거나 꽉 들어차 버렸다. 살처분이나 입추제한으로 텅 비거나 이동제한으로 출하하지 못한 닭과 오리로 넘쳤다. 한 토종닭농가는 “산닭 출하가 막혀 토종닭이 칠면조처럼 커졌다”고 절규했다.

이번 AI는 특히 산란계 농가에 큰 피해를 안겼다. 11일 현재 산란종계는 사육대비 51.5%를 땅에 묻었다. 산란계도 셋 중 하나는 매몰돼야 했다. 명절인 설을 앞두고 계란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당황한 정부는 계란 수입을 서둘러 발표했다. 산란계농가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삼계탕 수출은 오간데 없이 관세를 0%로 깎아 신선란까지 모셔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한다. 농식품부는 농가들이 차단방역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한다. 의심축 신고를 지연해 방역대응이 늦어졌다고 탓하고 있다.

삼계탕 수출에 눈이 멀어 방역관리를 소홀히 한 그 농식품부가 백세미 대책을 세워달라 줄기차게 요구한 농가를 보고 신상필벌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계열화회사들이 공급하는 병아리 질병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다고 호소할 때 귓등으로 듣던 농식품부가 농가의 방역관리를 비난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날이 풀려 AI가 잠잠해지면 청정국 선언을 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방역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 철새는 매년 온다. 가금관련 종사자면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를 왜 방치해왔는지 이유를 밝혀야 한다. 3,000만수를 묻었다. 식상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 외에 무슨 말이 필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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