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하는 정부


정부, AI 발생 책임 물어 농가 보상금 20%씩 깎아

농가, 좋은 소독약 찾아 써도 속수무책

  • 입력 2017.01.13 11:40
  • 수정 2017.01.13 11:41
  • 기자명 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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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혜원 기자]

가금사육농민들이 일상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는 정부의 ‘남 탓’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일선 농가들은 “정부가 주는 소독약 말고, 개인적으로 좋은 소독약이라고 사서 쓰던 사람들도 다들 AI 맞았다”, “서울대공원이 5성급호텔이면 축사는 여인숙인데 그렇게 방역·멸균 철저한 서울대공원도 AI걸렸지 않았느냐”며, “정부가 AI라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전제를 고수하는 것 자체가 이 사태를 부른 것”이라고 정부 관계부처의 태도를 꼬집었다.

살처분 당시 처분 규모가 워낙 커 우왕좌왕하는 등 어이없었던 상황도 많았지만 그 중 “살처분을 하러 온 인부들이 축사 안이 덥다고 환풍기 틀고 작업해서 먼지며 오염된 물질들이 다 (주변으로) 날려나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게다가 “오리 출하 전에 축산위생연구소에서 나와서 간이AI검사기로 검사해서 아침에 양성판결이 났는데, 저녁에 음성판결이 나서 그 농장 오리들 다 출하했다”며 농가의 잘못을 크게 꾸짖는 정부의 ‘남 탓’에 혀를 내둘렀다.

정부는 현재 농가 책임을 처벌하는 성격으로 살처분 보상처리를 최대 80%까지만 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에 대해 박근현 음성군 농민회장은 “(AI발생 책임을 농가에 물어) 발생할 때마다 20%씩 깎으면, AI 발생 농가는 신고를 꺼리고 발병에 신속하게 대처를 못하게 돼, AI를 확산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100% 보상이 옳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정부 기관은 AI발생에 있어 “농장주의 책임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재발하는 농가의 보상금을 제한하고, 또 삼진아웃제라며 세 번 연속 AI에 걸린 농장은 사업을 더 이상 못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농민들은 “AI 터지면 보상금 100% 지급이라 해도 정상적으로 수입을 벌어먹고 살지 AI 기다려 보상금 받자고 닭·오리 키우는 사람은 없다”고 보상금을 둘러싼 오해를 일축했다. 오히려 음성지역 오리농가들은 “(이번) AI발생즉시 자발적으로 반경 3km 내의 오리들을 다 묻어 확산을 막자고 음성군에 요청했다. 군은 이 요청을 무시하고 반경 500m에만 살처분 명령을 했고 후에, 그 살처분 지역을 뛰어넘어서 AI가 연달아 여기저기 터졌을 때 그제서야 차차 조금씩 그 반경을 넓혀나갔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초동대처가 늦었다는 비판은 날이 갈수록 거세다. 반석가금진료연구소 손영호 대표(수의학 박사)는 “나주 종오리 AI의심신고가 지난해 10월 28일에 있었는데, 오리가 항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며 “이정도면 10월 중순에 농장 AI가 발견됐어야 하고, 정부는 철새 예찰을 통해 10월 초순에 발견했어야 한다”고 정부의 예찰 소홀을 분명히 꼬집었다. 또한 손 대표는 “의심가축 신고와 농장 신고가 있음에도 AI 위기 대응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대응단계를 상향하지 않고 여전히 철새 출현과 같은 수준인 ‘주의’단계에 머무르는 정부 대응 체계로는 초동진압이 제때 이뤄질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초동대응에 미흡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본지의 서면 질의에 “충남 천안, 전북 만경강 일대에서 AI 발견 즉시 주변 10km내에 이동제한조치와 소독 강화 등 조치해 초동대처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전국 수많은 곳 중에서 두 지역만은 잘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는 말인지, 두 군데서나 잘했으니 초동대처 미흡 책임은 질 수 없다는 말인지 모호하다. 충남 천안은 지난해 11월 11일 야생 조류 분변에서 AI를 발견했고, 전북 만경강 일대는 15일 확진을 받았다.

음성 소재 연구소에서 이번 사태를 지켜봤던 손 대표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가 예찰에 실패했고 발생 초기 대응에도 실패했다”고 결론내렸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부회장도 “재난상황인데 정부 부처간 관할로 싸운다”며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은 조기 진화이고, (AI를) 국가재난으로 규정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총괄 시스템으로 가야하며, 잘못된 보상금 산정 기준에 근거한 감액은 철폐돼야한다”고 정부의 전반적인 대응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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