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계란 수입, 더 큰 재앙 부른다

할당관세 0% 적용 … 계란 자급률 하락 우려
국민건강 담보로 한 검역절차 단축도 추진
‘역량없는 소업체도 OK' 묻지마 수입, 수급 균형 깨뜨려

  • 입력 2017.01.08 11:55
  • 수정 2017.01.08 12:1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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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계란 수입에 범정부적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성급한 정책 수립과 집행은 자칫 국내 계란농가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구제역 확산 당시 할당관세로 돼지고기를 대량 수입했다가 이후 수급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던 사례를 답습할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은 지난 3일 계란 등 긴급할당관세 시행 및 공급 확대방안 추진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계란과 계란가공품의 관세율을 0%로 낮추는 할당관세 규정(대통령령)을 확정했다. 이번 할당관세 시행으로 8%~30%의 관세를 부담하던 8개 계란관련 품목들은 4일부터 무관세 수입이 가능해졌다.

이들 부처는 AI로 인한 계란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할당관세 적용을 오는 6월 30일까지 이어가고 추후 시장의 수급동향을 감안해 연장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할당관세 적용물량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및 한국식품산업협회를 통한 실수요자 배정방식으로 운영하며 5일엔 관련업계 간담회를 거쳐 6일 구체적인 할당관세 배정계획을 발표하도록 했다.

정부는 계란 수입시 검역 및 위생관련 수입절차도 빠르게 처리하겠단 계획이다. 미국산 신선란 수입시 필수요건인 해외 수출작업장 등록 신청절차를 간소화하고 검역도 3일 이내로 단축한다. 또, 최초 수입시 18일이 소요되는 정밀검사는 8일로 단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aT는 자체 수입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에게도 할당관세 적용물량 확보 및 수입절차 컨설팅 등 수입과정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실상 무차별적인 묻지마 수입을 종용하는 모습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급하게 수입계획을 발표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며 “비싼 수입계란이 들어오면 국내 계란값도 따라 올라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안길 것이다”고 말했다. 또 “검역절차를 간소화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수입검역절차는 발생될 수 있는 사안을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간소화할 수 있다면 앞으로 검역절차가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스스로 만든 검역원칙을 무너뜨린다는 질타다.

김종준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신선란은 이번에 최초로 수입된다. 시장을 많이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김 사무국장은 “6개월 뒤 신선란 관세 27%를 다시 붙이고 항공지원 등을 하지 않는다해도 전략적으로 자조금 등의 지원을 받아 수출하도록 할 수 있다”라며 “신선란 수입보다는 종계 병아리를 수입해 살처분으로 급격히 줄어든 사육수수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입이 들어와 액란가공시장을 잃으면 자급률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그 때 농가들이 입추해 종전 사육수수를 회복하면 불황이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뒤 역시 할당관세로 돼지고기 수입을 유도한 바 있다. 정부지원을 보고 수입유통을 하지 않던 업체들도 자금을 몰아 돼지고기 수입시장에 진입했으며 지난해까지도 수입량 과잉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잇따른 양돈강국과 FTA 체결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적자에 허덕인 돼지고기 수입업계는 수급이 꼬이게 한 최초 주범으로 할당관세 적용을 지목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국내시장과 수입시장이 비교적 분리돼 국내산에 미친 영향이 제한됐지만 계란은 최초 사례라 어떤 방향으로 수급에 영향을 줄 지 예측할 수 없는 사안이다. 수입역량이 부족한 업체까지 지원하겠다며 독려하는 정부의 모습이 불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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