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광주 도매시장 쪽파거래 실태

90% 정가·수의매매 … 실상은 위탁상
도매법인, ‘무위도식’ 수수료 챙겨
“불법 그만하자” 중도매인 양심선언

  • 입력 2017.01.07 23:02
  • 수정 2017.01.07 23:0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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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광주광역시 농산물도매시장은 지난해 쪽파 불법거래행위 발각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징계처분 이후에도 똑같은 거래행태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쪽파 품목에 특히 심화돼 있는 구조적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힘든 성격이기 때문이다.

신선도 유지가 어려운 쪽파는 경매제도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광주에 전문중도매인이 극소수(10명)라 고품질 상품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경락가는 하루이틀 새에도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그래서 쪽파는 도매시장 개설 이후에도 경매제가 정착하지 못한 채 중도매인이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이른바 ‘위탁상’ 영업형태가 계속돼 왔다.

가락시장 등 타지역 주요 도매시장들이 산물쪽파의 상장예외를 허용한 가운데 주산지를 끼고 있는 광주 또한 이에 맞춰 중도매인 위주의 쪽파유통 체계를 굳혀 왔다. 전국에서 둘째가는 쪽파물량을 취급하는 광주서부도매시장의 경우 90%가량이 경매가 아닌 위탁상에 의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는 지금껏 쪽파를 비롯한 모든 품목의 상장예외를 원천적으로 금지해 왔기 때문에 이들 중도매인의 영업형태는 엄연히 불법인 셈이다.

이 불법을 합법으로 눈가림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정가·수의매매’다. 정가·수의매매란 도매법인이 경매를 거치지 않고 출하자의 공급과 중도매인의 수요를 정가로 연결해주는 제도다. 실제론 중도매인의 개별적 영업이지만 서류상으론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 영업실적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 농산물도매시장에 정가·수의매매의 명목으로 불법 위탁상 영업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중도매인들의 양심선언으로 제도개선이 논의됐지만 아직 변화는 없다. 사진은 지난 3일 광주서부도매시장 쪽파 거래 모습.

여기까지만으로도 중대한 구조적 모순이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적 모순은 더욱 심각하다. 우선은 모든 영업을 중도매인이 도맡아 하는데 전혀 하는 일 없는 도매법인이 불로소득을 챙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가·수의매매로 기록되는 이상 도매법인은 상장수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매인 입장에선 모든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관리하면서 수수료를 도매법인에 곧이곧대로 넘겼다간 밑지는 장사가 된다. 그래서 출하량이나 거래단가를 실제보다 낮게 기록해 이윤을 남긴다. 예컨대 1,000원짜리 쪽파 1,000단을 매입하면 총 거래액이 100만원이지만 장부엔 단수나 단가를 절반으로 낮춰 50만원으로 만드는 식이다. 도매법인이 받아야 할 수수료(거래액의 7%)는 7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줄어들고 나머지는 중도매인의 몫이 된다. 비공식적으로 위탁상 수수료는 8%(8만원)를 받기 때문에 중도매인이 받는 총 수수료는 4만5,000원(위탁상 수수료 8만원 - 도매법인 수수료 3만5,000원)이다.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소득구조는 둘째치더라도 시장사용료가 덩달아 반토막나는 현상은 좀더 큰 문제다. 거래액의 0.3%를 징수하는 시장사용료는 위 설정조건 하에 3,000원에서 1,500원으로 줄어든다. 시장사용료의 축소는 공익의 저해와 직결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상장예외 허용이다. 지난해 광주 도매시장의 불법거래 행태가 드러나 언론을 달궜지만 사실 그 기원은 쪽파 중도매인들의 ‘양심선언’이었다.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처벌을 받더라도 상장예외 허용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이같은 양심선언에도 불구하고 실정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도매법인들의 반발이 가장 큰 이유다. 상장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도매법인들로선 상장예외 허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광주서부시장에서 연간 쪽파 거래액은 총 거래액의 1%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쪽파 상장예외가 허용된다면 추후 배추·무·양파 등 다른 품목으로까지 확대될 여지가 생기게 된다. 나아가서는 도매법인이 가장 꺼려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 논의까지 본격화될 수 있다.

별다른 리스크나 경쟁요인 없이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도매법인들은 시장 거래체계 변화에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다. 이들은 도매시장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경직된 태도가 도매시장의 발전과 출하자·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광주 도매시장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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