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짓말 안하고 살게 해 달라”

이병석 광주쪽파중도매인연합회장

  • 입력 2017.01.07 22:56
  • 수정 2017.01.07 23: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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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고름을 치료하려면 터뜨려야 한다. 광주의 쪽파 거래문제가 표면화되고 여기까지나마 개선 논의가 이뤄진 것은 처벌을 감수한 중도매인들의 양심고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하자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현 거래방식 하에 가장 절박한 것은 중도매인들이다. ‘범법자’와 ‘유통업자’의 기로에서 배수진을 친 광주 쪽파 중도매인들. 그 대표인 이병석 회장을 만나봤다.

 

이병석 광주쪽파중도매인연합회장

현행 위탁상 영업형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쪽파는 신선도 문제로 출하가 촌각을 다투는 품목이다. 중도매인들이 일일이 산지와 소비처를 파악해 거래를 주도하면서 출하조절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같은 실정인데 유독 광주만 상장예외를 불허해 중도매인이 범법자가 되고 있다. 도매법인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도매법인의 수집능력은 중도매인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논란이 불거질수록 불법 굴레에 대한 부담도 커질텐데.
이 얘기를 자꾸 꺼내면 제일 먼저 누가 다치겠나. 우리다. 내가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셈이다. 그 만큼 절박하다는 뜻이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중도매인들은 살기 위해 거짓말(불법)을 해야만 하는데, 거짓말을 안하고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달라는 것이다.

상장예외 허용이 결국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원래 안건 제안자가 출하자였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중도매인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중도매인-도매법인 간 이권다툼 프레임으로 변질됐다. 결국 우리 쪽에서 제안설명을 했는데 설명이 끝나니 퇴장하라고 하더라. 쪽파 출하자나 중도매인처럼 정작 중요한 사람은 회의에 참석도 못 하고, 치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와 똑같은 양상이다.

쪽파 상장예외가 허용된다면 쪽파 중도매인뿐 아니라 시장 전체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쪽파 외에도 도매법인의 수집능력이 부족한 품목들이 몇 있다. 광주서부시장 전체 중도매인 중 30%는 할 말이 있어도 불이익이 두려워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쪽파가 성공하면 상장이 부적합한 다른 품목들도 연이어 정상화할 수 있다. 반대로 이번에 실패한다면 상장예외 도입은 앞으로 영영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우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우리도 모르겠다. 지금은 악에 받쳐 버티고 있지만 일이 안풀리고 계속해서 어떤 공작에 부딪힌다면 결국엔 시장을 떠나야 한다. 그러기 전에 정치권이나 광주시가 제도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거래행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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