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인도 찐쌀이 우리에게 남긴 것

  • 입력 2017.01.06 13:44
  • 수정 2017.01.12 19:45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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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0여 년 전 처음 유전자조작농산물 및 식품에 대한 표시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후 대형마트를 돌면서 실태조사를 하던 중 ‘유전자재조합가능성 있음’이라고 표시된 옥수수가공식품을 하나 찾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옥수수의 원산지가 브라질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브라질은 유전자조작옥수수는 재배하고 있지 않은 나라였다. 그러니 이 표시에 의구심이 들었다. 알아보니 해당업체가 표시를 안 하려면 검사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 검사를 받기 위한 시간이나 비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냥 편의대로 표시한 것이었다. 사실 그 식품은 일반 가정용이 아니라 주로 업소용이었기 때문에 일반사람들의 주의를 끌지도 못했다.

며칠 전 국회에서 김현권 의원 및 시민사회단체가 인도산 찐쌀이 수입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유전자변형농산물’에 해당한다면서도 표시가 되지 않은 채 유통된 문제를 기자회견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해당 쌀은 바스마티종으로 사실 인도 고유의 쌀 품종인데 미국의 한 기업이 특허를 내면서 생물해적질의 사례로도 유명한 쌀이다. 사실 이 인도산 찐쌀은 유전자조작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아직 전세계 어디에서도 유전자조작쌀의 상업적 재배를 허용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업체가 유전자조작쌀이라고 인정을 했지만 그것 역시 10여 년 전의 브라질 옥수수의 경우나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사건에서 무엇을 주의해서 봐야할까?

우선 식약처는 유전자조작쌀의 상업적 재배가 허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사실 확인이 있어야 한다. 유전자조작쌀을 시험재배한 땅에서 계속 작물을 재배했기 때문에 관리 측면에서 완전히 제거가 되었는지의 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도의 보도를 인용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될 아주 심각한 불법재배의 사례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쌀을 수거해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에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첫째, 지금의 표시제에서의 표시대상에 관한 것이다. 지금의 표시제는 수입승인이 된 유전자조작농산물만을 표시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상업적 재배가 승인된 작물 중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들어오려는 작물에만 해당된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입승인이 된 작물은 7가지이고 이것이 표시대상이다. 그 외 생산이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입하지 않는(또는 아직 수입승인을 받지 않은) 유전자조작작물은 표시대상이 아니다. 이것이 결국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처음 표시제가 시행된 이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 가운데 하나가 상업적 재배 허용 여부를 떠나서 한번 연구개발이 시작된 작물은 모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한번 시험재배되기 시작하면 언제든 그 잔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세계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미국의 2008년 유전자조작쌀 사건이나, 2013년 유전자조작밀 사건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도 해당 농산물을 수거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결국 오늘 이런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둘째, 표시방법에 관한 것이다. 지금 표시방법은 크게 3가지이다. ‘유전자변형임, 유전자변형 포함됨, 유전자변형포함 가능성 있음’이 그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마지막 ‘가능성 있음’이라는 표시가 가지는 허점이다. 앞에 브라질 옥수수가공품처럼 업체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냥 ‘가능성 있음’이라고 표시해버리고 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 ‘가능성 있음’이라는 표시가 필요한가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표시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 없이는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유전자조작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표시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사족으로 붙이자면 역시 우리는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가장 안전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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