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가격 폭등 어떻게 대응할까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 입력 2008.04.06 04:45
  • 기자명 이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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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국제곡물가격과 원유,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서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들의 자원 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국제 곡물가 상승과 각 나라의 곡물수급불안은 식량, 물, 에너지 부족의 위기가 전 지구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2004년 미 국방성(펜타곤)비밀 보고서 예측대로 현실화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미 국방성 비밀 보고서 현실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수급보고서’발표를 통해서 밀,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넘기고 있어 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 국가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6년 10월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 옥수수, 귀리의 선물가격은 2005년 초와 비교해 각각 70%, 55%, 54% 급등했다. 2007년의 경우에도 10월 기준으로 옥수수, 밀, 콩 등의 곡물들이 작년 동월대비 35∼68% 폭등했다. 밀(소맥)의 경우 캔사스상품거래소(KCBOT)에서 9월 인도분이 지난 14일 현재 톤당 29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68%, 8월과 비교해도 21%나 높은 것으로 지난 96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옥수수와 대두(콩) 가격도 마찬가지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첫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쌀, 옥수수, 밀 등 세계 곡물생산량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가뭄과 폭염, 폭우 등으로 인해 유럽, 호주 등 주요 곡물생산국들의 작황이 부진하여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곡물재고율 또한 감소하고 있는데 2000∼2001년 재고율이 30.4% 이었으나 2005∼2006년부터 20% 이하로 감소했고 2006∼2007년에 16%, 2007∼2008년에는 15.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 브라질, 유럽 등의 바이오연료 생산정책이 식량으로 충당될 곡물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인해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얻어지는 바이오연료를 활용하는 정책추진으로 이들 곡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거나 타 작물의 재배가 감소하는 등 전체 곡물가의 급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셋째, 곡물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농업부(USDA)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7∼2008년 세계 곡물생산량은 20억7천2백43만톤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세계 곡물소비량은 20억9천3백77만톤으로 전망치를 밝히고 있어 2천1백43만톤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BRICs(신흥경제국가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말함)국가들의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식량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제곡물시장의 수급불균형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넷째, 국제적 농업 기반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 등 농업수출국들은 DDA 협상과 FTA 등을 통해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감축 및 철폐하도록 하고, 전면적인 개방화를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영세농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농업구조의 해체를 가속화시켜 농업기반을 파괴해 왔다. 이로 인해 제3세계의 수많은 농업수입국 및 소규모 농업국가들의 농업기반이 파괴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곡물 생산 증대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제적 농업기반 축소 초래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을 비롯한 상위 3개 나라의 농산물 수출량은 세계의 모든 농산물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는 대규모 곡물 생산은 미국·중국·캐나다·브라질·아르헨티나·오스트레일리아·러시아 등 소수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즉, 대부분의 후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농산물 수입국으로 전락했으며, 미국과 유럽의 고투입 농업의 잉여 농산물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고투입농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들의 곡물 생산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현상, 신흥경제성장국의 도시화 진행 등도 추가적인 국제적 농업기반의 축소를 초래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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