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쪽파거래의 불편한 진실

호남·충청 쪽파 농민들, 상장예외 허용 요구

  • 입력 2017.01.06 09:59
  • 수정 2017.01.06 10:0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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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유년 해가 솟은 지 나흘 만에 아스팔트 농사가 시작됐다. 지난 4일 광주시 서구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열린 ‘거래제도 개선을 위한 쪽파농민 결의대회’에 참석한 300여명의 쪽파 생산자들이 ‘쪽파 상장예외 품목 지정’,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농산물 출하 선택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4일 오전, 광주광역시에 200명이 넘는 쪽파농민들이 모였다. 전국쪽파생산자연합회(회장 고석수, 쪽파연합회) 소속 무안·보성 등 호남 및 충청지방 생산자들은 이날 광주시청 앞 광장에 모여 집회를 열고 ‘광주 도매시장에서 쪽파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라’는 내용이 쓰인 손 피켓을 들었다.

집회는 시작 전부터 열기가 심상치 않았다. 쪽파연합회 박내옥 고문이 집회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쪽파의 상장예외를 요청하는 안건이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필시 광주시청과 도매법인 사이의 유착관계 때문일 것이다”라며 의혹을 제기하자 현장에 나와 있던 광주광역시 공무원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서종수 생명농업과 담당관은 “시에서는 상장예외를 허용하려고 했지만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부결시켰으므로 어쩔 수 없었을 뿐”이라며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어긋나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언쟁은 도매법인 관계자와 쪽파농민들이 엉켜 20분 가까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보성농민 오형권씨는 출하자 입장에서 현 거래제도의 불합리성을 토로했다. 40년째 쪽파 농사를 지으며 광주에도 물건을 내고 있다는 그는 “경매제도로 쪽파를 내면 생산자 입장에서 전혀 가격 예측을 못한다. 시장에 와서 물건을 내보면 차단막 하나 사이에 두고 여기는 5만원, 옆은 반값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며 스마트폰에 적어둔 자기 상품의 들쭉날쭉한 입찰가를 보여줬다.

그러자 듣고 있던 도매법인 관계자는 “실제 거래 가격은 도매법인에서 낙찰되는 경매가격이 훨씬 높다”고 거래내역을 보여줬다. 농민들은 “솔직히 말해보라, 실제로 여기서 경매로 쪽파 받는 곳이 어디가 있나”고 항의했다.

그렇게 시작된 집회에서 쪽파농민들은 △쪽파를 경매 상장예외 품목으로 지정할 것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할 것 △시장도매인 제도를 적극 도입할 것 △농산물의 출하 선택권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쪽파연합회는 성명서에서 “기존의 경매제는 가격의 폭등락이 너무 심해 시장을 유린하고 있으나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경매장에 쪽파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라며 “서울 가락시장을 비롯해 전국 6개 주요 도매 시장에서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상장예외 도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집회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광주시의회의 국민의당 김민종 의원은 쪽파 농민들 앞에서 “(윤장현 광주)시장께서도 허락하신 일이고, 중도매인들을 비롯해 누구도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아 1년간 조용히 노력해왔는데 기득권자들이 여러분을 무시하는 행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제가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남은 2년을 이 문제 해결에 걸 것”이라고 다짐했다.

쪽파연합회측 농민들은 윤장현 광주시장과의 면담도 추진했지만 광주시청의 소극적인 태도 속에 무산됐다. 이날 드러난 광주시와 도매법인 측 태도를 볼 때 쪽파 농민들의 염원이 이뤄지는 날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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