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화병에 대해

  • 입력 2017.01.04 20:18
  • 수정 2017.01.04 20:21
  • 기자명 최정원 전남 강진군보건소 공중보건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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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전남 강진군보건소 공중보건한의사

많이 답답하고 힘든 시기입니다. TV를 틀어도 박근혜, 라디오를 틀어도 박근혜, 술자리를 가도 박근혜입니다. 국민 대단결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는데, 정말 온 국민이 단결해서 하야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화병(火病)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저도 이 글이라도 써야 화가 좀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화병은 원래 울화병(鬱火病)의 줄임 말입니다. 울(鬱)자는 답답하게 막힌다는 뜻입니다. 숲이 울창하다 할 때의 울, 우울증의 울 모두 같은 한자입니다. 화(火)자는 불 화자입니다. 화가 난다 할 때의 화입니다. 노여움, 분노, 질투 등의 감정을 한의학에서는 불의 속성에 배치했습니다. 화병이란, 그런 화(火)의 감정이 분출되지 아니하고 속에 쌓여서 몸과 마음의 병리적 문제를 초래하는 질환입니다.

화를 감정적인 측면에서 자세히 분석하고 기술하기 시작한 시기는 중국의 금원(金元)시대입니다. 금원시대 유명한 4대 의가 중 한명인 유하간은 인간의 분노,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이 절제되지 않고 과하면 모두 화열(火熱)이 된다고 인식했습니다. 따라서 감정의 절제가 중요하다는 언급과 함께 화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기전, 처방들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화병은 한의학뿐만 아니라 서양의학에서도 다양하게 연구되었습니다. 화병의 진단, 증상의 공통점, 민족적 특수성, 치료법 등에 대해서 말이지요. 국외에서의 연구도 있습니다. Lin은 미국 정신의학회지에 자신이 경험한 화병 환자의 증례보고를 했는데, 인후부의 이물감, 불면증,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등 전반적인 신체적 증상과 함께 분노를 원인으로 보는 질병양상을 가진다고 보고하였습니다. Pang은 미국에 거주하는 노인 여성 한국 이민자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화병이 한국인의 감정억제에 대한 교육을 통한 감정의 내면화가 신체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구들로 말미암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화병을 정식 진단명으로 기재했였습니다.

화병의 진단 기준을 간략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한번 체크해보세요.

1) 지난 6개월 간 핵심 신체증상 4가지 중 3가지 이상

①가슴의 답답함 ②열감 ③치밀어 오름 ④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짐

2) 지난 6개월 간 관련 신체증상 4가지 중 2가지 이상

①입이나 목이 자주 마름 ②두통이나 어지러움 ③잠들기가 어렵거나 잘 깸 ④가슴 두근거림

3) 지난 6개월 간 핵심 심리증상 2가지 중 1가지 이상

①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낌 ②마음의 응어리나 한

4) 지난 6개월 간 관련 심리증상 3가지 중 2가지 이상

①사소한 일에 화, 분노 ②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거나, 자신이 초라하게 생각 ③두려움, 놀람

화병의 치료는 막혀있는 기운을 뚫고 화를 푸는 것입니다. 침을 맞는 것도 효과가 좋구요, 증상에 맞는 다양한 한약 처방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병이 걸리기 전에 그 화를 먼저 풀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하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벽에다 대고 소리라도 지르라고 했습니다. 소리라도 크게 지르세요. 노래도 크게 부르고요. 촛불집회에 가서 발언도 해보세요. 꾹꾹 참으면 병이 됩니다. 전 국민이 화병에 걸리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라도 결단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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