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감이 이런 맛이었어?’

제주 서귀포서 친환경 밀감 재배하는 농장 ‘사람생각’

  • 입력 2017.01.01 19:58
  • 수정 2017.01.01 20:28
  • 기자명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에서 친환경 밀감을 재배하는 김형표씨가 갓 수확한 밀감을 농장 인근의 창고로 옮기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밀감을 먹었다. 꼭지엔 푸른 끼가 감돌고 껍질엔 거뭇거뭇한 점이 부지기수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밀감을 골라 껍질을 깐다. 손끝에 묻은 약간의 과즙에 달달한 향이 밴다. 절반으로 쪼개 한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는다. 맛있다. 새콤한 신맛, 달콤한 단맛이 상상 이상으로 조화롭다. ‘밀감이 이런 맛이었어?’ 하는 생각에 남은 절반을 마저 꿀꺽 삼킨다.

밀감 출하가 한창인 지난해 12월 17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한 밀감농장을 찾았다. 친환경 유기농 밀감을 재배, 출하하고 있는 농장 ‘사람생각’이다. 농장주인 김형표(44)씨를 따라 밀감수확이 한창인 과수원으로 향했다. 제주 특유의 밭담을 따라 밀감밭으로 들어가는 데 수풀이 무성하다. 밀감나무 주위로 풀들이 지천에 깔렸다. 멀리서 바라보면 무엇이 나무고 무엇이 풀인지 구분조차 애매하다. 다행히도 탐스럽게 익은 밀감을 주렁주렁 매단 가지가 ‘내가 밀감나무요’라고 호소하는 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밀감을 따는 여성농민 주위로는 이미 수확한 밀감이 빨간 바구니에 담겨 곳곳에 놓여 있다. 때가 때인지라 여러 농가를 다니며 밀감 작업을 하고 있다는 한 여성농민은 “지금까지 먹어본 밀감 중에 이 밭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여성농민들에게 빈 바구니를 전달하던 김씨는 밀감나무 사이의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다닐 수 있도록 특수제작한 손수레에 밀감을 옮겨 싣는다.

약 1만평에 달하는 밀감밭 중 일부는 유기농, 일부는 무농약으로 재배하고 있는 그는 “2년의 전환기를 거쳐 올해부터는 모두 유기농 밀감으로 인증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아야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토양의 힘을 살리고 밀감나무 자체의 수세를 키우는 데 노력한 보상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온 세월, 싼 시세에 밀감을 폐기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는 약속도 지켜왔다. 그가 소비자에게 밀감을 담아 보내는 상자에는 ‘온 가족의 안전한 먹거리, 농장 사람생각의 밀감과 채소는 미생물과 지렁이가 살아 숨 쉬는 흙속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농법으로 키워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친환경 농업을 천직으로 삼은 그의 신조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