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괴탄을 태운 화덕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용광로처럼 불길이 솟는 화덕에서 꺼낸 쇳덩어리를 수십여 년 이력이 담긴 모루에 놓고 함마(망치)로 힘껏 내리친다. 2,000여도까지 치솟은 불에 달궈 쇠를 펴고 구부리기를 몇 번, ‘ㄱ’자 모양으로 낫의 틀이 잡히자 그라인더로 굴곡진 날을 예리하게 세운다.
2017년 새해를 앞둔 세밑, 반세기 이상 대장장이로 살아온 양양대장간의 김석수(69,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내곡리)씨가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는 화덕 앞에서 비지땀을 쏟는다. 별 볼 일 없던 무쇠를 낫으로 벼리는 고된 노동의 끝에 두 자루의 낫을 내놓는다.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곧추 세우듯 낫을 벼린 그가 ‘군주민수(君舟民水)’의 병신년을 보내고 정유년을 맞이한 농민들에게 희망찬 덕담을 전한다. “뜨거울 때 두드리는 쇠처럼 농민 여러분이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다시, 새해가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