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농소 사육은 생활이다 … 축산, 순환농업의 중요 연결고리”

유기퇴비생산 목적으로 소 사육 … 출하 때 소비자가 생산비 보장

  • 입력 2017.01.01 10:47
  • 수정 2017.01.01 10:5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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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는 번식소농 축소로 한우 수급불안이 가시화된 시기였다. 한우농가들이 규모화된 비육우 중심으로 재편되며 중장기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축산 모든 분야에 걸친 냄새민원 등 환경문제까지 겹치며 지속가능한 축산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톨릭농민회(회장 정현찬) 회원들과 도시지역 우리농 생활공동체가 뜻을 모아 진행하고 있는 자급퇴비마련을 위한 암송아지(가농소) 입식운동은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 운동은 도시 신자들이 송아지를 사 농가에 보내면 농가는 그 송아지를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사료로 사육한다. 이들 농가가 소를 키우는 근본 목적은 생명농업 실천에 투입되는 퇴비 생산이다.

지난해 12월 26일 강원도 횡성에서 만난 백승진 가톨릭농민회 한우분과장은 유기농 잡곡농사를 지으며 가농소를 입식해 사육하고 있다. 백 분과장은 2004년 송아지 1마리를 180만원에 사 데려오면서 한우 사육을 시작했다. 두수가 급격히 늘지도 않고 ‘풀 베어 먹이는’ 백 분과장의 사육방식 덕분에 축사는 자연스레 마을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축산농민들은 축사를 떠날 수 없다. 매일 가축에 사료를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농소 농가들은 손이 많이 가는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소 사육까지 겸하며 유기순환농업을 우직하게 실천하고 있다.

백 분과장이 키우는 소는 16두다. 지역 내 유기농가에서 농사짓고 남은 조, 수수, 기장 줄기들도 모아 소에게 먹인다. 백 분과장의 축사엔 여남은 잡곡들을 갈아 사료로 만드는 소형 자가배합사료기도 있다.

축사에서 나온 분뇨는 퇴비장에 모아 6개월에서 1년까지 숙성해 다시 잡곡농사 짓는데 퇴비로 활용한다. 백 분과장은 “가농소의 정식 명칭은 ‘유기순환농업을 위한 축산’이다. 고기 생산이 아니라 유기순환농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로 축산을 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농소는 거세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암소들만 사육하고 있다. 이들 암소는 보통 42개월~60개월 사이가 출하할 시기다. 이 시기에 우리농에서 사육비를 보장하고 소를 받아 소비자 회원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 가격을 책정할 때 인증도 등급도 논외사항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생산자들을 믿고 고기를 구입했고 이 과정이 14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백 분과장은 “종교적 믿음도 동기가 되겠지만 (가농소는)우리 생활이다. 친환경적인 순환농업으로 도시와 함께하는 방식이 아니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본다”라며 “옛부터 소 몇 마리 키우는 건 농사의 기본이었다. 소 사육과 농사를 별개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 분과장은 농가당 가농소 20두를 적정사육규모라 생각하고 있다. 20두 정도면 농사짓는데 큰 도움이 될 정도로 퇴비를 생산할 수 있고 농한기 때 일거리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축산은 결국 환경에 부담을 미치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백 분과장은 올해 가농소의 결재방식을 바꾸는 등 참여농가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는 “1두씩 입식하는 게 아니라 10두씩, 20두씩 묶어 입식해야 농가에 도움이 된다”며 “현재 가농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많은 농가가 함께해 같이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작은 축사는 소가 몇 두 없어 그마저 한산한 감이 들 정도다. 이 날은 마침 친환경 농사를 갓 시작한 안상호씨가 가농소 운동을 하는 김남성씨와 함께 백 분과장을 찾아왔다. 김씨도 친환경 브로콜리, 피망, 고추 등을 농사지으며 가농소 11두를 사육하고 있다.

안씨는 “두 형님들이 하는 걸 지켜봤는데 선뜻 발을 들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소 사육에 품이 많이 드니 망설여진다”면서도 “친환경 농사를 계속 지으려면 결국 (가농소 사육을)시작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 가농소 운동에 참여한 농가는 40여 곳, 사육규모는 총 700여두 남짓으로 추산된다. 농가 한 곳이 1,000두씩 사육규모를 키우는 게 놀랄 일이 아닌 이 때, 가농소 농가들은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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