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올해는 혁명농사 짓는 해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입력 2016.12.31 18:44
  • 수정 2019.05.01 16:0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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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농민들의 투쟁 역사는 어느 한 시점만 짚어낼 수 없다. 2015년 ‘밥쌀수입 반대, 쌀값 보장’을 외쳤던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 이전에 2004년 쌀 투쟁, 또 그 이전에 1994년 WTO 개방농정이 얽혀있다. 10년 주기로 ‘살농’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이때 모처럼 농민들이 웃었다. 가장 어려운 시기 남은 것이라곤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아서일까. 2016년 농민투쟁의 정수를 보여준 전봉준투쟁단 총대장,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2017년 새해엔 ‘혁명농사’의 원년을 기록하자고 말한다.

정리 원재정 기자

김영호 의장은 “수십 년 동안 인생을 걸고 싸워온 농민들의 투쟁을 바탕으로 올해를 혁명농사를 짓는 한 해로 만들자”고 거듭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박근혜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 돌이켜보면 농민들이 주도한 탄핵정국이다. 지난해 농민투쟁을 간략히 정리해 달라.

2016년의 투쟁은 케케묵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들이 2015년엔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나타난 농민문제,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사회 문제, 3포세대로 불리는 청년문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사회 전체가 이보다 더 퇴보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문제투성이가 됐을 때, 하나의 투쟁인 ‘민중총궐기’로 나서게 된 것이다. 백남기 회장이 물대포 조준사격에 희생된 그날이 결국 박근혜 탄핵정국 도화선이 된 아픈 기록이 되고 말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이게 끝이 아닌 진행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 등 한국사회의 모순을 걸러내는 시험대들이 연이어 있다.

백남기에서 전봉준투쟁단까지 농민이 사회변혁주체로 우뚝 섰다. 사회적 관심이 뜨거웠다. 전국 순회투쟁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

우리 사회의 집적된 문제점들을 언론, 사회지도자, 야당정치인 그 누구도 제대로 얘기하고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현실 속에 국민들이 농민들의 투쟁을 보면서 답답한 응어리를 한결 풀어내신 것 아닐까 생각된다. 농민들이 몰고 전국을 순회한 ‘트랙터’는 땅을 갈아엎어 다음 농사를 준비한다. 우리 사회도 뿌리까지 제대로 갈아엎어 달라는 온 국민적 염원이 트랙터투쟁 길목마다 뜨거운 성원으로 쏟아진 것 같다.

사실상 박근혜정권이 무너졌다. 이제 농민들이, 이 사회가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았지만,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된 것은 엄청난 승리다. 그러나 박근혜정권 하나 무너졌다고 한국사회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제 때 부역했던 세력들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기득권 세력들은 어느 세력과 결탁해 또다른 뿌리를 내릴 것이 분명하다. 2016년 ‘11월 항쟁’의 역사적 책무는 그 뿌리를 도려내는 것에 있다. 작은 승리에 도취하다 자칫 죽 써서 개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외세에 굴종적이지 않고, 남북대결이 아닌 평화와 공존, 노동자·농민 모두 착취당하며 살지 않는 세상 건설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사회 불행은 ‘결핍’이 아니라 남는 것을 나누지 못해서 발생하고 있다.

쌀값 폭락, AI 등 농민들이 혹한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무능 또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농민들에게 힘 되는 덕담 한마디 부탁드린다.

수십년 간의 개방농정, 신자유주의 정책은 명명백백하게 실패했다. 우리 정부가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기반을 위해 새로운 농정비전을 선언하고 제시해야 한다. 농사를 지으면 생산비가 보장돼야 하고, 기초적인 중요 농산물을 국가가 책임지고 수매하고, 남과 북이 식량문제에선 통일을 대비해서 공존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이 자식한테 당당히 농사를 물려줄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우리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공분하는 것은 농민들과 노동자들을 착취한 돈으로 재벌들과 나누며 사리사욕을 채워왔다는 데 대한 경악아닌가.

이제 농민들이 수십년 인생을 걸고 싸워온 결과물이 눈앞에 있다. 국민들의 응원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나. 여기서 마음 놓지 말고 좀 더 집중한다면, 권력을 무너뜨리고 혁명의 농사를 짓는 한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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