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새해 농업에서 개벽을 기대한다

국내외 농업정세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 입력 2016.12.31 18:15
  • 수정 2017.01.02 09:19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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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2016년 농업은 죽었다.
정부관료와 정치권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다. 다만 1년여간 농민들은 아스팔트에서 뒹굴면서 농업을 악착같이 지켜왔다. 그리고 그 고통의 세월속에서 이제 무엇인가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2017년을 맞이했다.

시련과 고난이 컸던 만큼 새해의 기대는 더욱 크고 강렬하다. 인공호흡에 의지한 채 이미 식물인간이 된 백남기 농민은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2016년을 맞이했다. 백남기 농민의 모습이 한국농업의 모습이라는 말에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랬다. 한국농업은 FTA, WTO의 직격탄을 맞아 쓰러졌고 방치됐다. 수많은 농민들이 농촌을 떠났고 남아 있는 농민들도 자기대에 농사를 끝내는 것이 꿈이 돼버렸다. 그렇게 농업 농촌은 무너지고 죽어가고 있었다. 이 현장에 정부와 정치권은 없었다. 당연히 있어야 하고 가장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민의 일꾼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동필 전 농식품부 장관은 서울대병원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농업계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자질 문제를 넘어 인륜마저 의심을 받았다. 뒤늦게,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된 것인데 이동필 장관같은 심성을 갖는 사람들이 청와대 권력자들의 특징이었다. 그저 농업계 수장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정권에 의해 방치된 2016 한국농업

농민이 권력에 의해 죽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쌀값이 대폭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듯 하다. 8월말부터 시작된 햅쌀 가격 폭락은 한국농업에 두터운 먹구름이었다. 농민들은 본격 수확철인 10월이 되면 더욱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며 추석마저도 즐겁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정부에 호소하고자 벼논을 갈아엎기도 하고, 관공서 앞에 벼를 야적했다.

10월이 되어도 정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초과수요량을 전량수매하겠다는 약발도 안 먹히는 정책만 되풀이했다. 2016년 쌀 정책은 2014·2015년과 판박이었다.

그러면서 탓을 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이 직불금만 믿고 쌀농사를 짓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직불금을 줄여야 한다고 했고 새로 부임한 김재수 장관은 조선일보에 노골적으로 직불금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또한 절대농지를 풀어 생산면적을 줄이고 쌀 생산량을 줄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쌀 수입만큼은 신주단지 모시듯 절대로 손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예 수입쌀 줄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정부였다. 굳이 최순실 국정농단이 아니었더라도 이 정부는 용서가 되지 않는 정부였다. 농업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지금도 농민들은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결정된 사람을 농식품부 장관으로 모시고 있다.

그리고 그 장관은 이동필 전 장관의 바톤을 이어받아 시군청 앞에 우리쌀이 산같이 쌓여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어수선한 연말연시를 이용하여 쌀수입을 강행하고 있다.

농정파탄에 거리로 나선 농민들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백남기 농민은 9월 25일 숨을 거두었지만 일어났다. 수만의 농민과 함께 광화문광장으로 나왔고 상여는 트랙터가 되었다.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은 가슴에 전봉준의 사진을 붙이고 트랙터를 앞세우고 여의도로 뛰어 들어왔다.

모두가 전봉준이 되어 2017년을 맞이한 것이다. 서울을 향해 질주하던 120마력 트랙터처럼 농업이 통쾌하게 변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혁명적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어쩌면 전봉준의 깃발을 든 이상 변화해야 할 나라와 농업의 모습은 개벽같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국민의 힘으로, 민중항쟁으로 조기대선이 유력하다.

그동안 우리사회를 70여년간 지배해왔던 친일세력, 개방론자, 신자유주의자들을 청산해야 한다. 민족의 이익보다 외세의 이익에 봉사하는 세력이 있는 한 농업의 미래는 한 발자욱도 전진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피로써 알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농업의 기치는 단연 민족농업 통일농업이 되어야 한다. 남는 쌀을 짐승에게 먹이는 죄 받을 짓거리를 중단하고 쌀 먼저 남북이 나눠야 한다. 남북 공동식량 계획에 근거해서 농업에 대해서는 전면적 교류가 즉각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 길만이 현재 쌀문제 해결책이며, 경색된 남북문제를 해결하고 외세가 분단문제에 끼어 들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이를 주장하는 세력이 대통령이 되게 하고, 이를 반대하는 세력은 역사의 무덤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 농업계의 가장 큰 애국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잘못된 농업파괴적 개방정책은 모두 폐기되거나 조정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최첨단 미국에서도 자유무역 체제를 부정하고 있듯이 세계는 자본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삶을 먼저 지켜주는 것이 대세다.

잘못된 자유무역 농업정책은 하루 속히 폐기돼야 한다. 매년 41만톤씩 수입하는 어처구니 없는 WTO 쌀 교역을 전면 거부하고 재협상해야 한다. 또한 무분별한 FTA에 대한 전면적 검토와 개정을 통해 농업 파괴를 중단시켜야 한다.

 

농민의 단결된 힘으로 새로운 농업의 기치 세워야

농민을 살리고 농촌을 유지하는 정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현재의 농업정책과 농업예산으로는 농업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전체 정부예산 중 4%도 되지 않는 농업예산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고 농업농촌을 지키는 농민들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농가직불금 제도를 신설해서 농민들이 농촌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농산물 가격정책에 있어서 생산비를 보장하는 정책을 법률화 시켜야 한다.
현재와 같은 농산물 가격정책은 농민들이 제살 깎아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농사가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과제이다.

국민항쟁의 촛불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밝게 빛나는 촛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서 밝히고 있는 농촌지역 촛불집회이다.

촛불항쟁은 새해에도 이어져 농업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 힘은 단결된 농민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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