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새해] “벌써 농사는 시작됐다”

겨울 속 봄, 경남 하동 ‘땅새미 부추’ 수확 한창

  • 입력 2016.12.31 10:24
  • 수정 2016.12.31 14:2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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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경남 하동에서 부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길씨가 다 자란 부추의 밑부분을 잘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강한 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리던 지난해 12월 23일, 경남 하동군 적량면 우계리에서는 ‘작은 봄’을 만날 수 있었다. 수확이 한창인 부추하우스에서다.

고향인 하동에서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길(61)씨는 부추 농사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먹고사는 것이 ‘일’이었던 1970년, 열여덟의 그는 집에서 밥숟가락 하나라도 줄이자는 생각으로 서울로 상경했다고 한다. 나전칠기를 하며 생활을 꾸리다 문득, 1987년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영농 후계자 지원금을 보태 고향에 땅을 마련한 그는 수박, 양상추, 배추, 딸기 등 다양한 작목을 거쳐 10년 전부터 부추를 재배했다. 김씨는 “딸기를 할 때까지는 아무리 해도 빚이 줄지를 않아서 야반도주까지 생각했었다. 작목을 전환하는 건 직업을 바꾸는 것과 같아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부추를 시작했는데 그게 다행이었다”며 회상했다.

부추는 4월 초 씨앗을 뿌린 후 여름내 모종을 키워야 한다. 12월 중순경 처음 베어내고 1달을 주기로 수확해 가락시장으로 올려 보낸다. 한 번 심으면 최대 3년 동안 수확할 수 있지만 그만큼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건 노하우라고 했다. 하동 농민들은 이 노하우를 얻기 위해 원산지인 중국 허난성과 일본을 수없이 다녀왔고, 공동브랜드인 ‘땅새미 부추’를 만들어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땅새미는 힘이 있는 땅이라는 뜻이야.” 김씨가 귀띔했다.

수확한 부추는 공동선별장이나 개인선별장에서 박스포장을 한다. 요즘에는 수확한 부추를 저울에 달아서 올려두면 밑동을 자르고 묶음처리를 해주는 기계가 있어 일이 수월하다고 했다. 첫 수확을 마칠 쯤에는 한 단에 1,500~1,800원 정도를 받지만 날이 추워져 생산량이 줄어들수록 가격은 크게 오른다. 지난 설에는 최고가가 8,500원에 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동의 부추농가들은 겨우내 부추를 가락시장으로 올려 보내고 봄이 지나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농한기에 접어든다.

김씨는 땅새미 부추를 생산하는 위파머주식회사의 공동대표인 동시에 하동군 농민회장이기도 하다. 하동군에 농민회를 만든 창단멤버다. 행정의 간섭을 받지 않고 농민들의 의지로 농업을 위해 의견을 내세울 줄 아는 단체라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그는 “부추로 빚을 갚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농민회 활동도 이전보다 여유있는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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