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농가소득 문제가 핵심이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 입력 2016.12.30 22:34
  • 수정 2017.01.02 09:44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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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에 의하면 축산을 제외한 모든 농가의 소득이 최근 10년간 대략 3,000만원 내지 3,200만원 언저리에서 멈춰있다. 게다가 농사로 벌어들이는 농업소득은 1995년 이후 20년째 약 1,000만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기간 동안 교육비, 의료비, 생활비 등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농가의 실질소득은 그만큼 감소했다고 할 수 있다.

생계유지와 생활영위의 기본토대가 되는 실질소득의 감소는 실질 구매력의 저하로 이어져 농민의 삶의 질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근본원인이 되었다. 소득이 떨어지는 가운데 자녀 교육비, 가족 의료비 등 필수 지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빚내서 충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최근 10년 농가부채에서 미래 투자 성격의 생산성 부채가 줄어든 반면 생계유지에 필요한 소비성 부채가 증가한 것도 농가경제의 위기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전체 농가의 평균소득도 심각한 문제지만 농민층 내부의 양극화 및 빈곤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상위 20% 농가의 소득은 도시근로자 상위 20% 소득과 큰 차이가 없지만 나머지 80% 계층에서는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도시근로자의 소득 5분위 배율은 약 4.5배 정도인데 반해 최상위 20% 농가의 소득은 최하위 20% 농가의 소득 보다 약 14.5배나 될 정도가 농민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이 때문에 빈곤의 문제도 도시보다 농민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의 공식통계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약 7.2%가 절대빈곤층으로 조사되었는데, 농가의 절대빈곤층은 약 20.3%로 세 배 정도 높다.

농가의 평균소득이 절대적으로 낮은 것도 문제이고, 농가소득의 양극화 및 빈곤문제가 도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도 큰 문제이다. 소득문제는 농민을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농민이 유지되어야 농업도, 농촌도 지속가능하게 되며, 나아가 식량주권, 환경보전, 경관보존, 생태다양성, 어매니티 등과 같이 국민이 누리는 다원적 편익도 지속가능하게 된다. 농업과 농촌 그리고 다원적 기능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농민이 계속 농사지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그 조건의 핵심은 ‘농가소득’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직접지불제도로 농가소득을 보전해주고 있다고. 그런데 직불제를 본격 도입한지 10년이 지났지만 농가소득 문제가 갈수록 더 악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수매제를 폐지하는 대신에 직불제를 도입했지만 그 규모가 너무 적어 소득보전 효과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가입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의 7분의 1에 불과한 직불제로 농가소득 보전에 충분하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 적어도 직불제 규모를 중장기적으로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도록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농가소득의 양극화 및 빈곤화 문제를 개선하는 새로운 방법도 도입해야 한다. 점차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농민 기본소득이나 농민수당 등과 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유럽처럼 면적 기준 대신 모든 농가에 동일한 직불금을 지불하거나 혹은 특별히 중소 가족농에만 적용되는 직불금 제도를 신규로 도입하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농민들 표현처럼 쥐꼬리만큼 주고 있는 직불금도 아까워서 직불금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정부 관료와 보수 언론 그리고 관변학자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겪는 삶의 고통을 모른다. 그저 등 따시고 배부른 자신이 누리는 현재의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몰두할 뿐이다. 그들은 정부 재정을 핑계로 직불금을 줄여야 한다고 그럴듯한 논리를 펴지만 그 밑바탕에는 어떻게 해서든 부자증세를 막아야 한다는 속셈이 숨어 있다. 더 이상 농민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기득권 세력의 혓바닥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이제는 기득권 세력이 더 많은 것을 부담하도록 국민과 연대하여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한편, 농민수당이나 농민 기본소득 혹은 직불제만으로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 방식들은 농산물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농가소득을 보전해 주지만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쌀값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직불제로 보충한다 하더라도 쌀 농가의 소득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제도적 장치가 보완적으로 병행돼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한 제도장치이다. 쌀을 비롯해 농가소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약 15~20개 품목의 시장가격이 상한선과 하한선으로 설정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농민들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라는 이름으로 꾸준하게 요구해 왔던 것이기도 하다.

평상시에는 시장가격을 선도하는 기구를 통해 농산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부득이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하한선을 농가수취가격으로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하한선은 적어도 생산비 수준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또한 가격의 상한선은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해 정부가 소비자 가격이 지나치게 폭등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직접지불 등이 농가소득을 보전해 주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최저가격을 통해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지탱해 주는 것이 위기의 농가소득을 해결하는 두 개의 큰 기둥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은 이미 선진국 클럽에서 일반화된 방법이다.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두 가지를 병행함으로써 농가소득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장치를 온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 그래야만 농민이 지속가능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농업과 농촌도 지속될 수 있으며, 국민이 누리는 다원적 편익도 지속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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