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농업, 농촌 인식 전환해야”

지역재단 창립 4주년 기념 심포지엄서 제기

  • 입력 2008.04.06 04:32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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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지역재단(이사장 정영일)이 창립 4주년 기념 심포지엄 ‘농정조직 개편에 따른 새 정부의 농정과제’에서 이명박 정부의 농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추진하는 시군단위 유통회사 설립, 농지와 산지 규제 완화 등에 대해 학자들은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다음은 심포지엄의 주제발제와 종합토론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농업 놓고 도박 하지 말아야

▶농정여건 변화와 새정부 농업정책의 과제(양승룡 고려대 교수)=이명박 정부의 농정은 시장개방을 수세적인 보호정책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향해 도전하는 공세적인 농업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농업과 유통, 가공, 서비스를 통합한 새로운 산업을 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기업화를 통한 농업문제의 해법은 경우에 따라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1조원 매출의 농기업은 한국현실에서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농기업들도 연간 매출액이 4천억을 넘지 않는다. 정부의 희망찬 공약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한국농업의 2차, 3차 산업화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목표를 달성하고 살아남은 한국농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농업의 고부가치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농가들이 필연적으로 경쟁에서 배제되거나 탈락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업진흥지역 대체제 폐지 등 농지규제 완화 또한 기업 논리가 농업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농업을 보는 기본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규모화로는 농업을 해결할 수 없다. 세계화는 어쩔 수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와 형태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농업을 놓고 도박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 국가의 식량안보와 지속적 경제성장의 기초가 되는 농업정책은 결코 실패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농업의 근본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비농업소득의 비중을 올리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성급하고 졸속적인 정책은 농가부채의 증가를 통한 또 다른 고통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으로서의 농업정책보다는 농촌의 유지, 발전을 위한 농촌정책이 농정의 주가 돼야 하며, 식품산업과 농업의 연계는 단순히 두 산업간의 종적연계가 아닌 식품 속의 농업과 농업정책으로 생화학적 결합이 돼야 한다.

농업정책의 효율성과 시장지향적 농정은 구별돼야 한다. 농업예산을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쓰되 더 이상 농업을 시장에 맡기는 실험을 하지 않아야 된다.

최소한의 농업예산 확보돼야

▶새 정부 농촌정책의 방향과 과제(박광서 전남대 교수)=새 정부는 초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물적, 인적 자원이 빈약하고 따라서 정책의 기대효과가 미약한 농산어촌 지역에 정부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실용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촌정책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농업농촌 기본법,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법에 기초하고 있어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 법에 따라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정책의 지속을 위해서는 예산의 규모도 과거와 동일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당장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농촌정책 관련 예산 삭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낙후 농촌은 궁극적으로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농업농촌을 위한 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예산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상호 중첩되는 농촌정책의 통합정리와 체계화가 필요하다. 기존 농촌관련 정책사업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중복되거나 유사한 사업은 하나로 통합하고, 농업 농촌정책의 전체 틀 속에서 전체의 정책들을 종합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실현되고 있는 정책 사업들을 보면 면(面)적인 측면은 계획서상 형식적으로 제출되고 있을 뿐 실제의 정책집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지역전체를 아우르면서 지역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도록 사업을 집행해야 한다.

이외에도 장기적인 안목에 기초한 사업추진, 지방자치단체의 대응투자 규모 축소, 서로 다른 지자체간의 연대와 협동, 수요자 중심의 농촌정책 등이 실현돼야 한다.

“농업 이렇게 흔들어도 되나”
신자유주의 농업에 반영 안돼

▶종합토론= 심포지엄에서 사회를 맡은 박진도 교수는 “(장관이) 현장과 거리감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는 유통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 이렇게 농업을 흔들어도 되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돈되는 농업, 살맛나는 농업을 이야기하는데 누가 돈을 버는 것이고, 누가 살맛나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정책의 대상화가 심화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정환 GS&J 소장은 새 정부가 농업과 농촌의 존재의미를 GDP의 관점에서만 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선진국들이 농업문제에 왜 고심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장과 정부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은 시장개방으로 인한 충격을 완하하는 협상과 소득안정제도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되게 공급하고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우리 농업의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참여정부의 농정에 문제가 많았으며, 그 동안 구조조정을 했지만 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새 정부의 유통회사 설립과 관련해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4∼5년 뒤에 평가를 맡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농업, 농촌의 본질적 가치 창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신자유주의를 농업에 반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갔다.

이헌목 한농연 정책연구소 소장도 “유통회사가 출하 농민에게 돈을 벌어주지 못할 것”이라며 그간에 축적된 인적, 물적 자산인 농협은 그냥 방치할 것이냐며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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