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희망 없는 농사가 제일 힘들어”

김영동 전남 해남 농민

  • 입력 2016.12.30 22:29
  • 수정 2017.01.02 09:4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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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소득이 불안정한 직업 중 하나다. 일 년 농사를 얼추 정리하는 겨울이 되면 농민들은 또 한 해가 지나갔다는 안도감, 형편없는 소득에 대한 씁쓸함, 또 다가올 한 해 농사에 대한 막막함으로 복잡한 심경이 된다. 해남군농민회장을 지냈고 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장을 맡고 있는 해남 농민 김영동씨는 농민들이 농사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재삼 강조했다.

 

김영동 전남 해남 농민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전남 해남에서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57세 농민이다. 세 자녀 중 둘은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하나는 입학을 한다. 농사는 벼, 배추, 양파 정도를 짓고 있다.

지난해 농사를 총평한다면.
가을배추 가격이 근 10년만에 처음으로 올라왔다지만 수율이 40%나 떨어져 큰 의미는 없다. 또 대부분의 농민들이 배춧값이 오르기 전에 상인들과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재미는 모두 상인들이 보게 마련이다. 벼농사 같은 경우는 가격이 30년 전으로 돌아간 마당에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는 특히 습해와 수발아 같은 재해도 많았다. 나부터도 그렇지만 우리 농민들이 전반적으로 다시 한 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든 것은 뭔가.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농민들로선 제일 힘들다. 고된 노동이야 평생을 하는 일이니 문제가 아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특히나 수확하기도 전에 터무니없는 쌀값이 결정돼버리면 힘이 쭉 빠진다. 쌀값이 2015년보다 1만원 더 떨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얼마가 더 떨어졌다는 것보다 매년 어려움이 반복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다. 얼마간의 직불금이 나온다 해도 농가가 정상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농민들이 줄기차게 소득보장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나 최저가격보장제 등은 농민들로선 너무나 정당한 요구다. 물론 이런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서 바로 농민들이 살아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농업에 대한 정부 철학을 바로세우는 일이며 우리 후대에 농업을 물려주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도시소비자들과도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다. 쌀값이 떨어지고 생산기반이 무너지는데 감산정책에 직불금 축소를 운운하는 지금 정부엔 농정철학이나 비전이 전혀 없다고 본다.

농민으로서 새해를 맞는 심정을 말한다면.
최근의 정세가 결과적으로 새해에 기대를 걸게끔 되고 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농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농업은 생명산업이고 농민들의 소득 문제는 결코 집단이기주의가 아님을 도시소비자들도 공감했으면 좋겠다. 농민들이 스스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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