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계 소비지출에서 농축산물 구매비중이 낮아짐에 따라 농축산물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작아지고 있다. 실제로 농축산물의 소비자물가 영향력이 커피나 휴대전화요금보다 훨씬 미미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5년 가계 소비지출 총액 중 농축산물 구매비중은 6.6%(농산물 4.2%, 축산물 2.4%)였다. 축산물 구매비중이 증가세에 있지만 농축산물 전체 구매비중은 2000년 이래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다.
농축산물을 세부품목으로 나눠서 보면 품목당 평균 구매비중이 0.12%다. 휴대전화요금(3.83%), 외식용 커피(0.48%)는 물론 교육비(0.49%)나 의류비(0.2%)보다도 낮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에 농축산물 한 가지 품목이 기여하는 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뜻이다.
농경연은 좀더 구체적으로 모든 품목의 가격이 50%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품목별 물가상승 기여도를 수치화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가격상승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배추의 기여도는 0.06%p에 불과하다. 외식용 커피 기여도(0.24%p)의 4분의1이며 휴대전화요금(1.92%p)와 비교하면 32분의1 수준이다.
농산물에 단기간 가격변동이 잦은 특성이 있지만 소비자물가에의 영향은 제한적이며 여타 품목의 거시적 가격변동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가구당 월평균 배추 구매액은 3,300원, 휴대전화요금은 10만5,325원으로, 휴대전화요금이 10%(1만533원)만 올라가도 배추가격이 세 배 이상 폭등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구입시기 등을 감안하지 않은 조사이기 때문에 실제 체감물가는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농경연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1%의 소비자가 휴대전화요금 인상에서, 61%의 소비자가 배추가격 인상에서 부담을 느낀다고 답해 실제 농산물 가격보다 휴대전화요금에 민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동 설문조사 결과 농축산물 가격 상승 시 가구별 농축산물 구입액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이 지출액은 유지한 채 구입 물량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추의 경우엔 응답자의 15.3%가 “가격이 상승하면 구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