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016 농민들

백남기에서 전봉준투쟁단까지

  • 입력 2016.12.25 14:00
  • 수정 2016.12.25 21:51
  • 기자명 심증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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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을 지낸 고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이 6일 오전 영정을 들고 고인의 밀밭을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성난 농심이 100만 시민과 만났다. 지난 11월 12일 ‘쌀값 대폭락! 백남기농민 폭력살인! 박근혜 정권 심판 전국농민대회’를 마친 3만여 명의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이 새겨진 대형 상여와 만장 등을 들고 태평로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과 함께 서울 시청광장을 거쳐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1월 16일 경남 진주에서 '농정파탄! 국정농단! 박근혜 퇴진! 가자 청와대로! 농기계 투쟁 출정식'을 갖고 출발한 '전봉준 투쟁단' 소속 농민들이 행진 6일째인 21일 트랙터를 앞세우고 충북 괴산군 문광면의 한 지방도로를 지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2015년 11월 14일. 숭례문에서 민중총궐기 부문 행사인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농민들은 청와대를 향해 ‘밥쌀 수입 반대’, ‘쌀값보장’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농민들의  행진은 광화문 사거리를 넘을 수 없었다. 경찰은 견고하게 차벽을 설치했다. 그리고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물대포를 무차별 살포했다. 행진을 막은 차벽을 걷어 내기 위해 농민들은 경찰버스에 줄을 매어 당겼고 경찰은 물대포로 대응했다.

경찰버스를 끌어내려는 농민들의 행동은 사실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견고하게 설치된 경찰버스 차벽은 줄을 매 잡아당긴다고 해서 걷어내질 성질이 아니었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적인 수압으로 물대포를 조준 발사하며 농민들을 제압했다. 결국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리고 317일의 사투 끝에 백남기 농민이 생을 마감했다.

정부는 11월 14일 이전부터 민중총궐기를 폭력 집회로 규정하고 관변화된 보수 언론과 함께 공세를 펼쳤다. 집회 이후 보수언론은 경찰폭력을 가리기 위해 집회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데  전념했다. 그래도 농민들은 굴하지 않고,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계속 농사짓게 해 달라’는 늙은 농부의 소박한 바람은 공권력의 폭력에 무참히 쓰러져갔다. 이것이 야만의 시대가 다시 왔음을 알리는 신호이며, 정권의 종말을 알리는 전주곡임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농민들은 정권의 야만에 맞서 굴하지 않고 싸웠다. 농사현장에서, 백남기 농민의 밀밭에서, 전국 방방골골을 걸으며 국민들에게 박근혜정부의 실상과 농업의 현실을 호소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운명하면서 나타났다. 강제부검을 강행하려는 경찰에 맞서 백남기 농민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서울대병원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한 달간 진행된 부검 저지 투쟁은 국민적 지지와 동참으로 백남기 농민을 지켜냈고, 국회 청문회를 이끌어 냈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더불어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됐다. 국민들은 백남기 사건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본질을 확인했다. 그리고 최순실 사건으로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했다.

농민들 역시 쉬지 않고 전국적으로 투쟁의 불꽃을 피웠다. 무엇보다 올해 농민 투쟁의 백미는 전봉준투쟁단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참여하는 ‘농민의길’은 ‘전봉준투쟁단’을 꾸려 11월 15일 전남 해남과 경남 진주에서 트랙터를 앞세우고 서울로 향한 출정식을 거행했다.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건 전봉준 장군과 농민군의 후예들이 120년 만에 다시 봉기했다. 전봉준투쟁단은 가는 곳 마다 시민들의 열렬한 성원과 지지를 받았다. 전봉준투쟁단의 봉기는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하나로 모으는 장엄한 행진으로 승화됐다.

국민들은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에 열광했다. 국민들의 바람은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광화문 넘어 청와대로 진격해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갈아엎기를 열망했던 것이다.

전봉준투쟁단의 1차 봉기는 경기 안성과 서울 양재에서 막혀 서울 입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2차 봉기에서는 트랙터를 끌고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 트랙터가 여의도에 도착한 12월 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전봉준투쟁단은 1차 소임을 마쳤다. 새로운 세상 농민들의 희망을 만드는 출발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전봉준투쟁단은 새로운 세상을 위한 ‘폐정개혁 12조’를 발표했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 3차 봉기를 준비하고 있다.

2016 농민들은 농사현장에서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 결실을 맺는 일뿐 아니라 썩은 세상을 갈아엎고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한 일에도 단 한순간 쉬지 않고 달려 왔다. 그것을 비로소 국민들이 이해하고 함께하기 시작했다. 2016 농민들의 발걸음이 더욱 값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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