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전봉준투쟁단의 행진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창에서 전주까지 차량행진에 같이 했고 1, 2차 트랙터 상경투쟁도 동참했다. 탄핵정국에도 잘 부합하는 행동이었다.”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부의장은 전봉준투쟁단 활동 내내 “이길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면서 “시민들이 옆에서 손을 흔들어 주고 먹을 걸 갖다 주며 지지를 보냈다. 1차 상경 때 고속도로에서 잔 우리들 머리 맡에 국민들이 보낸 물품이 쌓여있었다. 한밤 중에도 도로로 나와 오뎅국물을 끓여준 국민들이 큰 힘이 됐다”고 그 때를 떠올렸다.
전봉준투쟁단은 동군과 서군으로 나눠 지난달 16일 각각 경남 진주와 전남 해남에서 출발했다. 25일 서울에 입성해 다음날 5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고속도로에서 발이 묶였다. 하지만 이들의 행진은 주요언론과 인터넷을 통한 생중계로 알려지며 촛불민심에 불을 당겼다.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한 전봉준투쟁단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다시 트랙터를 앞세운 상경길에 올랐다. 그리고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된 9일, 경찰의 저지를 헤치고 국회 앞에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국회 앞에 모인 국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경찰의 저지를 집요하게 뚫고 국회 앞까지 진출해 탄핵 가결 현장을 지킨 전봉준투쟁단의 활약은 전국 농민들의 가슴에도 희망을 안겼다. 동군 대장인 최상은 전농 부의장은 “백남기 농민 사건 때도 지역에서 지지가 높았지만 경남, 경북 등 상대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도 행진을 하며 만나보니 많이 변했다”고 놀라워했다. 최 부의장은 “쌀값 폭락으로 인한 정권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걸 확인했다. 차기 정권은 그런 농심을 잘 헤아렸으면 한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전농이란 조직은 몰라도 전봉준투쟁단은 다 안다. 고생은 했지만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흐뭇해했다.
전봉준투쟁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출정에서 밝힌 ‘2016 폐정개혁안’이 있기 때문이다. 폐정개혁안은 △박근혜와 그 부역자 처벌 △비정규직 철폐 및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사드배치 중단 △세월호, 백남기 사건 진실 규명 등 12개조가 내용이다.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은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이후 바로 전봉준투쟁단을 조직해서 무리한 계획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면서 “당시 정세가 요구하는 실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농민에게 맞는 투쟁으로 트랙터 상경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범국민적 호응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땅을 갈아엎는 전복의 상징성, 씨앗을 뿌려 새 세상을 만드는 트랙터의 상징성에 국민들이 화답한 것 같다”라며 “앞으로 지역별 승리 보고대회, 정세강연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폐정개혁안을 알려 새로운 사회 건설과 새 농정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구상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