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투쟁, ‘범국민적 지지’ 결실 맺어

“상생의 새 농업정책 제시해 국민 공감 이끌어야”

  • 입력 2016.12.25 07:06
  • 수정 2016.12.25 07:1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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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1년 전인 2015년, 농업계는 쌀 전면개방과 한-중 FTA 체결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박근혜정부는 개방농정 중단을 호소하는 농민들의 바람을 끝내 외면했고 농업예산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선언도 ‘쌀값 21만원 보장’ 약속도 휴지조각이 됐다.

그해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엔 3만여명의 농민들이 모였다. 농민들은 “박근혜정부 3년 동안 폭락하지 않은 농산물이 없다”며 △밥쌀용 쌀수입 중단 △FTA 국회비준 중단 △대북쌀 보내기로 쌀값 보장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등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그 날,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쌀값 조금 더 받으러 모인 것도 화풀이하러 모인 것도 아니다.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 모였다”고 일성을 토했다.

돌아온 대답은 경찰의 살인 물대포였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쓰러지고 끝내 지난 9월 25일 운명했다. 백남기 농민이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는 317일 동안 쌀값은 하염없이 무너져 내렸다. 산지쌀값은 이 기간 동안에만 80㎏ 기준 1만7,084원 급락했다. 15일자 산지쌀값은 12만 8,852원,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곧 한국 농민의 죽음으로 불리는 이유다.

전농은 지난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더 많은 농민을 단결시켜 박근혜 새누리당의 독재체제 구축을 저지하고 진보적 정권교체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방향을 목표로 제시했다.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은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하락에 전혀 대책이 없다. 오히려 쌀을 더 수입하겠다고 밥쌀 수입 계획을 내놓는 정권의 인식이 얼마나 천박한가”라고 개탄하며 “박근혜정권의 본질을 들춰내고 농민뿐 아니라 전체 민중의 단결된 힘으로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 투쟁에서 전봉준투쟁단까지 이어진 농민들의 투쟁은 그 결실이 서서히 맺히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쌀값이 떨어져도 농가 소득은 보장한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쌀값 폭락의 직접적 피해를 겪고 있는 농민 설득이 아닌 대국민용 홍보라 해석된다. 하지만 올해 농민들은 어느 때보다 국민들과 함께하며 백남기 농민의 곁을 지켰고 트랙터 상경투쟁으로 범국민적인 촛불항쟁을 견인했다.

국민과 농민 사이를, 또 농민과 농민 사이를 분열하려는 시도는 여전하다. 농지 보호를 철폐해야 할 규제로, 쌀값 폭락에 따른 직불금 부담을 세부담으로 강조하는 사전 작업이 한창이다.

조 사무총장은 “한 해 동안 농민들도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농민들의 요구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의 지지가 한국농업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공감은 아직 아니다. 대책없는 살농정책을 새로 바꾸는 문제는 또 다른 화두를 기획해 제시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생산자인 농민을 지켜주고 농민은 국민에게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농업의 상생구조를 만드는 게 남은 과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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