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가락시장 하차경매

정부지원 불확실한데 무 하차경매 공식선언 … 산지선 걱정 태산

  • 입력 2016.12.25 02:13
  • 수정 2016.12.25 02:1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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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가 지난 21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가락시장 무 하차경매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산지 비용증가의 대책은 불확실한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어 산지는 여전히 걱정을 한가득 안고 있다.

공사는 내년 4월부터 육지무·제주무·다발무 등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모든 무에 하차경매를 위한 팰릿출하를 유도한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수작업 하역비를 대폭 인상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오히려 비팰릿출하 하역비가 팰릿출하 하역비를 초과하게 된다. 공사에 따르면 그 차이는 5톤트럭 1대당 3만4,000원, 해운컨테이너 1개당 4만1,960원 정도다.

또한 팰릿출하 물량엔 공사와 도매법인이 함께 소정의 물류비를 지원한다. 팰릿당 지원금은 육지무가 10kg박스 8,000원, 20kg박스 4,000원이며 제주무는 10kg박스 1만원, 20kg박스 8,000원, 10kg비닐포장 7,000원이다.

산지 지원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가락시장 무 하차경매가 추진된다. 사진은 지난 9월 차상경매 대기 중인 가락시장 경매장의 출하트럭들.

공사는 산지 비용부담 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다. 팰릿·트랙터 임차료와 포장비가 추가 투입되는 대신 물류비가 일부 지원되고 인건비·운송비·하차비를 절감할 수 있어 결과적으론 산지 부담이 비팰릿출하와 비슷하리라는 것. 비닐포장이 많은 제주무의 경우엔 박스+팰릿출하 시 추가비용이 컨네이너당 7만~8만원까지 발생하지만, 상품 보호능력 향상에 따른 경락가 상승으로 충분히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산지의 계산은 다르다. 고권섭 제주 성산읍농민회장은 “산지 여건이나 물류 적재효율 문제로 인건비나 운송비가 줄어들기는커녕 엄청나게 늘어난다. 산지는 아직도 팰릿출하를 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고 호소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대여한 팰릿을 밭까지 운송하는 비용이라든지 빌렸다 못 쓰고 반납하는 비용 등 산지에선 단순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이런저런 비용이 발생한다. 팰릿단위 분할경매 여부와 유찰됐을 때의 대책도 하나도 마무리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사는 “걱정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부에 추가 지원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다. 공사도 산지의 우려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한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정부와 공사의 손발이 잘 맞지 않는 데 있다. 공사는 올해 정부의 도매시장 물류기기지원예산 6억원을 30억원으로 늘리기 위해 관련 총예산 162억원을 200억원으로 증액해 달라 요청했는데, 이 예산은 최근 오히려 146억원으로 감축 확정됐다. 감축된 예산 중 30억원 우선배정을 요구한다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원대상 물류기기 다양화와 제주무 세척장 시설보완 지원 등도 요구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설현대화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팰릿출하 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는 기본적이고 상시적인 지원 외엔 도매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다. 불확실한 정부 지원을 기다리는 사이 산지의 부담만이 확실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 가락시장 하차경매 전환 시도 품목은 4월 육지무를 시작으로 7월 총각무·양파, 11월 제주무·대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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